경영권 공격 '슈퍼개미' 날개다나

경영권 공격 '슈퍼개미' 날개다나

이상배 기자
2007.08.09 17:20

법무부, 상장사 규정 상법통합 추진..소액주주권 확대가 핵심

증시에서 소액주주들의 경영권 공격이 크게 늘어날지 모른다. 법무부가 9일 내놓은 상법상 '상장회사 특례규정'이 입법화되면 그렇게 된다.

법무법가 마련한 개정안의 핵심은 '소액주주 권리 확대'다. 소액주주들이 상장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이나 이사 해임을 청구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상장사 중에서도 자본금 1000억원 미만 중소기업들이 그 대상이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는 이미 현행 증권거래법상 규정대로 '상장회사법' 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까지 마친 터다. 실제로 소액주주권의 행사 요건이 완화될지 여부는 향후 양부처 간 협의와 법제처의 판단에 달려 있다.

◆ 중소 상장사, 지분 0.25%로도 이사해임 청구

법무부는 9일 증권거래법 등 각종 특별법에서 상장사에 대한 규정만 따로 모아 정비한 '상장회사 특례규정'의 입법 방안을 발표하고, 관계부처를 상대로 의견조회에 들어갔다.

이 방안에 따르면 자본금 1000억원 미만의 상장사에 대한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소집 청구 요건이 현행 지분 '3% 이상'에서 지분 '1.5% 이상'으로 낮아진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중소 상장사에 대해 지분이 총 1.5%인 소액주주만 모여도 주총 소집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다만 1000억원 이상 대형 상장사에 대한 주총 소집 요건은 현행 지분 '1.5% 이상'으로 유지된다. 즉 자본금에 상관없이 요건이 1.5%로 통일되는 것이다.

자본금 1000억원 미만 상장사에 대한 소액주주의 이사 및 감사 해임 청구 요건도 지분 '0.5% 이상'에서 '0.25% 이상'로 완화된다. 마찬가지로 주총 안건에 대한 주주제안권 행사 요건은 현행 지분 '1% 이상'에서 '0.5% 이상'으로, 회계장부 열람권 행사 요건은 '0.1% 이상'에서 '0.05% 이상'로 낮아진다.

중소 상장사들을 상대로 소액주주 한명 또는 여러명이 주총 소집이나 이사 해임을 청구하며 경영권 공격에 나서기가 한층 쉬워지는 셈이다.

◆ 감사위원 집중투표제, 일괄투표로 통일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통해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쓰는 방식에 대해서도 단일화가 추진된다.

지금은 주총에서 감사위원을 겸하는 이사들과 일반 이사들을 집중투표제로 뽑을 때 이들 후보들 전체를 대상으로 일괄투표할 수도 있고, 감사위원 후보와 일반 후보로 나눠 분리투표할 수도 있다. 대개 소액주주에게는 일괄투표가 유리하다.

때문에 경영권 분쟁 중인 상장사에서는 감사위원에 대한 집중투표 방식을 놓고 경영진과 소액주주 사이에 법정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3월 KT&G 주총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당시 KT&G 주총에서는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4명과 일반 사외이사 2명을 뽑아야 했다. 그런데 투표 방식에 대해 당시 KT&G의 경영권을 공격하고 있던 칼 아이칸-스틸파트너스 연합과 경영진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아이칸 연합은 한명에게 최대 6표를 몰아줄 수 있도록 6명 전체를 놓고 집중투표하길 원했다. 반면 우호지분이 많았던 경영진은 감사위원 4명과 일반 사외이사 2명을 각각 나눠서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견 대립으로 아이칸 연합이 법원에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법무부의 방안은 감사위원에 대한 집중투표 방식을 일괄투표로 통일하는 것이다. 경영진보다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투표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 법무부-재경부 '소관 법' 갈등

그러나 법무부의 이 같은 방안이 그대로 입법화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증권거래법을 통해 상장사에 대한 규정을 관할해 온 재경부는 약간 다른 입장이다.

올초 재경부는 현행 증권거래법에서 상장사 관련 특례규정만 그대로 떼어 낸 '상장회사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이 법안은 법제처로 넘어가 있다. 법제처는 법무부가 관련 법안을 만들어 오면 재경부의 안과 함께 검토해 단일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행 증권거래법의 내용을 사실상 그대로 반영한 것은 지금의 규정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예컨대 현행 규정에서 대형 상장사와 중소 상장사의 소액주주권 요건을 구분한 것은 각각의 특수성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재경부 간 갈등의 핵심은 법안의 내용이 아니라 '어느 법', 다시 말해 '어느 부처 소관의 법'에 규정을 담을 것인지에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금은 상장사에 대한 규정들이 상법과 각종 특별법에 산재돼 있어 국민들의 불편이 야기된다"며 "법 해석상 혼란 등을 줄이기 위해 이를 상법에 수용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경부 관계자는 "상장사에 대한 규정이 상법에 포함되면 필요할 때 신속한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탄력적인 법 정비를 위해서는 재경부 소관 아래 별도의 법으로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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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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