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기관 희생, '대동강'정책?

[기자수첩]금융기관 희생, '대동강'정책?

반준환 기자
2007.09.28 09:48

 "금융기관이 무슨 대동강입니까. 큰 선거를 앞둔 탓인지 국회에서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는데, 요즘처럼 마구잡이로 금융기관을 팔아먹는 황당한 정책이 나온 적이 없어요. 여의도 김선달도 아니고…."

추석 직후 금융계 취재원들과 덕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정치권에 대한 불평이 터져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영업 여건이 좋지 못한데, 대선 민심을 얻기 위한 인기주의 정책이 남발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부분 금융계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불만이다.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명목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대표적인 사례고, 은행 휴면예금의 공익기금 환원도 또다른 사례로 거론된다.

 최근 2~3년새 금융기관들이 상당한 경영성과를 올린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영실적에 타격은 받겠지만 근간까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계 종사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정책적인 검토 절차가 무시된 채 인기몰이 입법이 양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 소비자의 편익 못지않게 금융기관의 건전성이나 영향도 함께 검토돼야 하는데 한쪽(소비자)의 입김만 반영한 즉흥적인 법안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얼마 전 발의된 금융관련 법안 2건은 사회복지 확대를 위해 금융기관의 희생만을 전제로 한다는 이유에서 일종의 '대동강정책'으로 지목되고 있다. 신용카드 포인트를 소비자들이 요구할 수 있는 채권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황우여 의원 등 발의)과 채권추심은 채무자의 대리인을 통해야 한다는 공정채권추심법안(박계동 의원) 등이다.

얼핏 보면 소비자, 혹은 서민의 권리를 개선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금융기관을 적자기업으로 만드는 위험한 법안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차라리 대선·총선을 10년 단위로 했으면 좋겠다"는 금융회사 한 임원의 농담이 사뭇 진담으로 들리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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