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선진화 로드맵 뭘 담았나?

금융감독 선진화 로드맵 뭘 담았나?

서명훈 기자
2007.10.22 12:11

금융회사 자율·창의성 확대 vs 소비자보호 강화

금융감독 당국이 22일 내놓은 ‘금융감독 선진화 로드맵’은 금융회사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높여주는 대신 약자인 소비자와 투자자에 대한 보호장치는 강화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금융회사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규정중심(rules-based)감독에서 ‘원칙중심(principles-based)의 감독으로의 전환’과 ‘검사관행 개선’이 제시됐다. 최적 권유(Best Advice) 제도와 민원처리기간 단축 등은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내용들이다.

이번 로드맵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일단 금융산업을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임기가 앞으로 4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원칙’ 중심의 감독, 자율성·창의성 확대

이번 로드맵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원칙 중심의 감독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다. 이건 해도 되고 저건 하면 안되고 하는 식의 규정에 따라 감독하던 시스템에서 큰 틀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규정을 변경하거나 신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규정 자체가 민간의 창의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깔려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전면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품 개발과 자산운용 등 영업행위 관련 규제 분야에 한해 우선 시행할 방침이다.

금융회사 직원에 대한 문책을 맡기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신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 감독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하나의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인허가나 법규해석이 필요한 경우 접수창구를 일원화해 일괄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행정지도 일몰제를 도입하고 영업행위 등에 대한 모범규준 및 가이드라인의 존속기한·보완주기를 공표하기로 했다.

특히 현장검사 방식의 종합검사를 매년 10% 이상씩 축소해 금융회사의 부담을 덜어주고 검사매뉴얼 공개와 검사예고제도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자·투자자 보호장치 강화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에 자율성·창의성 확대라는 당근을 주는 대신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채찍’도 함께 제시했다. 자율성에 걸맞는 책임을 금융회사에 지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먼저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가장 알맞은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는 최적권유 제도가 도입된다. 보험설계사나 펀드판매자가 가입자를 고려하지 않고 판매수당이나 판매보수가 많은 상품을 판매했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과징금 등의 제재 조치를 받게 된다.

또한 민원 발생이 늘어나는 분야에 대해서는 민원주의보를 발동해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민원처리 기간도 단축하기로 했다. 현행 27.7일인 민원처리기간을 25일(분쟁)로 줄이고 60점대에 머물고 있는 민원만족도 역시 2010년까지 70점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금융회사의 직원을 파견받아 운영하고 있는 소비자보호센터 역시 전문상담원으로 전면 교체할 방침이다.

특히 소비자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허위·과장광고에 대해서는 점검과 제재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

이번 로드맵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이미 홍콩과 싱가포르, 상해와 뭄바이 등과의 금융허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로드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내용 역시 여러 분야가 총망라돼 있고 세부과제 역시 적절하다는 반응이다.

다만 이미 추진 중이거나 발표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참신한 맛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실현 가능성. 참여정부 임기가 4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마당에 로드맵이 얼마나 실천될 수 있겠냐는 분위기다. 정권이 교체될 경우 새로운 로드맵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로드맵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령 개정 권한을 갖고 있는 재경부가 로드맵을 얼마나 따라 줄 것인지도 의문이다.

특히 정권 교체시기마다 언급돼 온 금융감독기구 개편 문제가 다뤄지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금감위·원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재경부 금융정책국과의 업무 분장 등의 민감한 내용을 빠져있다.

이와 관련 김용덕 금감위원장은 “권한을 분리해 놓은 것도 역사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섣부른 감독기구 개편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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