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왕좌왕 서해안 상황통제실

[기자수첩]우왕좌왕 서해안 상황통제실

황국상 기자
2007.12.13 16:46

"허기져서 일을 못하겠어요." 지난 11일 충남 태안 신두리에 자원봉사를 나온 백명기(50) 씨의 푸념이다.

서울 구급차 직원들의 모임인 '한우리자원봉사단' 회원 10여명과 새벽 3시에 서울을 출발했다는 백 씨. 도중에 휴게소에서 가락국수를 먹은 것 외에는 점심 때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고 했다.

화장실이 없었던 것도 고역이다. 남자들은 이목이 닿지 않는 곳으로 뛰어가서 '볼 일'을 처리하면 되지만 여자들은 그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물을 마실 수 없었던 것. 마른 침을 삼키며 갈증을 참는 것도 일순간이다.

기름 냄새로 두통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줄 긴급의약품도 없었다. 12년 전 씨프린스호 사태 등 전국의 재난 현장에 달려간다는 백 씨는 "이처럼 아무 것도 준비되지 않은 작업현장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1000여명이 찾은 신두리 상황실에서 단 한 명의 담당자가 우왕좌왕하고만 있던 모습도, 백 씨의 눈에 밟혔다.

태안군청 상황실에 따르면 유조선 충돌 사흘 째인 지난 9일부터 전국 곳곳에서 약 2만5000명이 태안을 찾았다. 주민과 군인·경찰 등 인력까지 더하면 13일 하루에만 총 2만7000명의 인원이 방제작업에 투입됐다.

그런데 이들이 방제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초 시설은 너무 미흡하다. 태안군청 관계자는 "만리포, 천리포 등 35개소에서 기름 방제작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식소 운영에 대한 질문에 그는 "자원봉사자와 적십자회가 밥차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을 흐린다. 그렇게라도 배식이 이뤄지는 곳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번 주말 각 지방자치단체와 인터넷 동호회에서 최소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태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에 훈훈해질 법도 하건만, 수많은 방제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운용할 수 있는 체계가 안잡혀 있어 괜스레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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