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스태그플레이션 논란 가열

연초부터 스태그플레이션 논란 가열

유일한 기자
2008.01.03 16:07

새해 벽두부터 스태그플레이션(물가인상을 수반한 경기침체) 우려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옥죄고 있다. 12월 ISM 제조업지수가 기준선인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였고 동시에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2월 인도분 가격이 장중 100.0달러까지 치솟으며 물가상승을 자극했다.

2007년 증명된 부동산 침체와 금융산업 붕괴가 생산, 소비 등 실물 경제를 망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한쪽에서는 금부터 밀에 이르기까지 주요 소비재가 동반 기록적인 급등세를 보여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로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견조한 고용시장, 약달러에 기반한 다국적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 개선, 연준(FRB)의 금리인하 기조, 중동과 중국 국부펀드의 대규모 투자 등을 감안할 때 미국 경제는 둔화될 뿐 침체는 아니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지난 하반기를 물들인 경기침체 논란은 올초 보다 가열될 전망이다. 유가 100달러 시대 진입에 따라 이제는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으로 한단계 진화했다.

◇경기침체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진화

최근 방송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 2가 올해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로렌 서머스 전 재무부장관, 마틴 펠트스타인 NBER 의장은 침체 확률을 50%로 제시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론을 중시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기침체를 좀처럼 얘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펠트스타인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안좋은 뉴스만 있어왔다. 침체로 간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침체를 벗어날 것이라고 말할 여건도 아니다"고 말했다.

나아가 핌코의 빌 그로스는 이미 지난 12월부터 침체가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정도다.

신용시장에서도 위험등급 채권과 우량 등급간 스프레드가 확장되면서 침체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급락, 금융기관의 대규모 상각을 보면 침체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린스펀은 서브프라임 관련 투자로 인한 손실이 2000억달러에서 4000억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금융기관의 대출을 위축시켜 가계 소비와 기업투자를 냉각시킨다. 연준에 따르면 집값이 100달러 변할 때마다 소비자 지출이 3.75달러 변한다.

하버드대의 제프 프랭클 교수는 "서브프라임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며 "서브프라임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주택 가격 하락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유가를 더하면 무대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동한다. 유가와 식료품 등 물가상승에 따라 소비 여력은 한층 둔화될 수 밖에 없다. 실질 임금도 줄게된다. 모간스탠리의 리차드 버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하반기 에너지와 식료품 값 상승으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450억달러, 0.4%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둔화일 뿐 침체 아니다..연착륙 주장도 적지않아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않다. 모간스탠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침체쪽에 선 반면 JP모간, 리먼 브러더스는 둔화 이후 회복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를 지속하고 있는 연준 역시 침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주요 근거는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좋아지고 있으며 고용시장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이다. ISM 제조업 지수의 실망 역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먼저 금리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는 수출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향상시킨다. 이같은 효과는 지난 하반기 다국적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확인됐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이머징마켓의 고성장은 다국적 기업의 실적 모멘텀을 강화시켜주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4.7%로 안정되고 있다. 연말 월가의 해고에 영향받겠지만 이전처럼 대규모 감원은 전반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연준 이사들은 "적절한 금리인하로 주택시장 둔화의 충격을 흡수하고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도이치방크의 피터 후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인하와 정부의 모기지 금리 동결 방침을 듣고 경기침체 전망을 50%에서 40%로 낮춰 잡기도 했다.

금융기관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늘리고 있는 국부펀드 역시 미국 경기침체를 막는 주요한 소방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란=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GDP 성장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공식적인 침체는 보다 복잡하게 결정된다. 침체를 최종 결정하는 기관은 전미경제연구소(NBER) 산하 비지니스 사이클 데이팅 위원회(이하 위원회)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돼 있으며 로버트 홀 스탠포드 교수가 의장으로 있다.

경제활동을 측정하는 실질적인 지표는 GDP가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다양한 변수를 종합한다. NBER에서 분기마다 GDP를 산출하는 반면 위원회는 월단위로 경기를 측정한다. 시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GDP는 여러차례 수정을 거친다.

때문에 위원회는 개인 소득이나 고용 여기에 산업 생산과 도소매 판매와 같은 지표를 종합한다. 마지막 침체는 2001년3월에 있었다. 이때 침체는 11월에 끝났다.

미국 경기가 현단계보다 뚜렷하게 둔화된다면 침체를 선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고용이나 소득이 나쁘지 않다면 사정은 복잡하다. 위원회는 보통 침체가 발생한 이후 6에서 18개월 지나서 이를 공식 선언한다. 침체가 전통적으로 1년 미만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침체가 공식화됐을때 실물 경제는 반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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