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정몽구 정찬용의 만남과 소통

[박종면칼럼]정몽구 정찬용의 만남과 소통

박종면 기자
2008.01.14 12:24

'어거스트 러쉬'라는 영화를 보셨는지요. 밴드의 싱어이자 기타리스트인 루이스와 첼리스트 라일라의 운명적인 하룻밤 사랑과 이별,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나 고아원에 맡겨지는 어거스트 러쉬.

 

이들 세 가족이 뉴욕의 센트럴파크 공원에서 극적으로 만나는 것은 음악을 매개로 소통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루이스와 라일라는 10년 이상 팽개쳤던 기타와 첼로를 다시 집어들고, 아이는 숙명과도 같은 음악을 위해 용기를 내 뉴욕 센트럴파크의 공연현장으로 뛰어가고, 이들은 결국 이별이라는 운명을 극복하고 감동의 재회를 맛봅니다.

 

▲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서 라일라의 뉴욕 
센트럴 파크 협연장면
▲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서 라일라의 뉴욕 센트럴 파크 협연장면

라일라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센트럴파크에서 엘가의 첼로협주곡을 협연하는 장면이 압권이지만 그녀의 모습이 비련의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와 많이 닮아 오래도록 기억에 남더군요.

 

음악을 통한 만남과 소통만 소중한 건 아닙니다. 고전 '주역'에서 제일 강조되는 것이 바로 소통이고 만남입니다. 주역의 64괘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괘라고 하는 '지천태괘'는 하늘과 땅이 서로 화합하고 만나고 교통하는 괘입니다.

 

반대로 가장 좋지 않은 괘인 '천지비괘'는 서로 만나지 못하고 막혀 있는, 나라나 공동체가 망하는 국면을 보여주는 괘입니다. 난세이기 때문에 인재들은 숨어 버립니다.

 

현대차그룹이 참여정부에서 인사수석까지 지낸 사람을 사장급인 인재개발원장으로 스카우트하는 파격 인사를 했습니다.

이번 인사는 기업인 정몽구와 사회운동가 정찬용의 만남에서 시작됐습니다. 2005년 청와대 인사수석에서 물러난 뒤 야인생활을 하던 정 원장은 여수엑스포 유치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을 맡습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명예위원장을 맡아 엑스포 유치에 나서면서 서로 같은 목표를 갖게 됩니다.

☞ 엘가의 첼로협주곡 듣기 (첼로협연 자클린 뒤 프레)

두 사람은 세계 곳곳을 함께 다녔고 함께 전략을 짰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알게 됩니다. 정몽구 회장은 사회운동가 출신들이 흔히 갖는 편견과 배타성을 보이지 않고 합리적으로 일하는 정 부위원장을 높이 평가합니다. 정 회장은 무슨 일만 생기면 정 부위원장을 찾을 정도로까지 신뢰하게 됩니다.

 

정찬용 부위원장도 정몽구 회장의 밤을 새워 일하는 열정과 사안을 판단하는 능력에 감동합니다. 정 회장이 보여준 헌신성과 소박함을 보면서 기업과 기업인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됩니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엑스포 유치를 거뜬히 해냅니다.

 

정몽구 회장과 정찬용 부위원장의 만남과 소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인재 육성을 부탁했고, 정 부위원장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기업을 끌어갈 훌륭한 인재를 키우는 일에 비하면 정권이 교체된 현 시점에서 전 정권의 실세 인사를 영입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은 하찮은 것이었습니다. 평생 사회운동을 한 사람이 재벌기업에 가는 데 대한 주변의 사시와 부담 역시 사람을 키우는 일에 비하면 아주 작고 미미했습니다.

 

기업과 사회운동 세력의 만남과 소통은 지금 막 특검이 시작된 삼성 비자금 문제에서도 작은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만남과 소통은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이기도 합니다.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치부해 버리고선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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