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처에서 말을 안 듣는다. 그나마 장관이나 차관 연배로 풀어나가는 것이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료가 털어놓은 말이다. 부처간 정책 조정이 얼마나 힘든 지에 대한 고백이었다.
다른 관료도 "경제부총리라고 다른 부처에서 벌벌 떠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수단'이 없어 답답할 때가 많다는 얘기다.
"조정을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은 권한이 있어야 나오는 것 아니냐. 돈(예산)이 있거나 인사권이 있어야 한다. 돈은 예산처가 갖고 있고 인사권은 각 부처에 있는데 누가 경제부총리 말을 듣나."
곽승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은 16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재경부와 총리실의 정책조정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예산·국고·세제 등 재정 기능이 분산돼 재정 건전성에 대한 통제도 취약했다"며 '기획재정부'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힘을 실어주기 위해 기획예산처, 재경부, 국무조정실 등 곳곳에 흩어진 기능을 한데 모았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이란 수단을 손에 쥐었다. '경제부총리'란 허울을 벗고 '돈'이란 실리로 조정력을 얻은 셈이다. 곽 위원은 "컨트롤 타워는 기획재정부"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눈길은 다른 곳으로 쏠린다. 경제정책수석과 경제비서관을 합쳐 탄생하는 '경제수석'이다.
경제부처 전직 관료는 "돈(예산)과 인사권보다 더 센 것이 바로 권력"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수시로 접할 수 있다는 위치만으로도 경제부처 수장을 능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경제수석 '부활'이 확정되자 컨트롤타워는 청와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앞서 뛰고 옆에서 경제수석이 보좌할 경우 주무부처 장관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인수위는 이런 관측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곽승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은 "경제수석은 대통령의 경제 철학을 각 부처에 전달하는 메신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곽 위원은 이어 "대통령이 챙길 국책 사업은 국가경쟁력위원회나 국정기획수석 등이 챙기면 된다"면서 "청와대가 개입할 부분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권력은 최고권력자와의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권력의 현실적 속성을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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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누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고 경제수석을 맡느냐에 따라 '컨트롤 타워'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인수위 핵심 인사는 "업무 분장이 무 자르는 듯 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면서 "결국 누가 오느냐에 따라 목소리 크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