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빅히트]
남부럽지 않게 승승장구하던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에떼 제네럴(SG)을 '한방'에 보내버린 금융사고가 전세계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유럽 주가지수 선물 상품을 담당하는 제롬 커비엘이 한도를 초과하는 대규모 매수 포지션을 운용, 급기야 49억유로(71억달러, 6조8000억원 상당)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낸 것. SG는 다른 회사에 팔릴 수 있다는 위기에 몰렸다. 회사측은 올해 서른 한살인 직원 1인이 낸 손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보안시스템을 해킹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일부러 손실을 내려해도 낼 수 없는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비명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95년 230여년 역사의 베어링은행이 1파운드에 매각되는 파국을 주도한 '닉 리슨'사건과 너무도 닮았다. 리슨은 당시 14억달러 상당의 손실을 혼자서 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리슨보다 커비엘의 손실이 크다.
한 파생시장 전문가는 "선물옵션 투자는 막대한 레버리지를 동원하기 때문에 철저한 손절매 원칙 없이 방향성 매매에 치중할 경우 아주 짧은 기간 겉잡을 수 없는 손실을 입게된다"며 "그래도 SG의 손실은 너무나 크다"고 혀를 찼다.
◇SG 후유증 적지않을 듯
회사 측은 성명을 내고 "회사 내 선물 부문의 딜러 1명이 회사의 보안 시스템의 정보를 이용해 한도 이상으로 선물에 투자해 이런 손실이 발생했다"고만 밝혔다. 이 직원은 2000만 유로 이상을 취할 수 없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거래인의 명의를 도용해 자신의 한도를 넘는 대규모 매수 포지션을 유지하며 거액을 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전말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감독당국의 조사가 끝나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 것이다.
유럽과 세계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SG의 위상을 감안할 때 이번 사고의 여파는 적지않을 것이다. 후유증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미연준(FRB)이 이 사고에 속아 기습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섰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의 보도를 토대로 지금까지 드러난 이번 사고의 전말을 정리했다. 커비엘은 사고가 공개된 후 변호인 사무실에서 칩거하며 향후 대응마련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SG의 한 임원은 "커비엘은 정신적으로 매우 쇠약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회사 시스템 너무 잘아는 평범한 트레이더의 대형 사고
커비엘은 등급이 그렇게 높지않은 다소 평범한 트레이딩 부문 직원이었다. 서부 파리의 한 지점에서 '델타 원'이라고 불리는 데스크를 맡고 있었다. 연봉은 10만유로, 14만5000달러였다. 이 정도면 그렇게 뛰어난 트레이더는 아니다. 그의 업무는 유럽의 주요 지수들이 크게 움직이는 방향에 맞춰 베팅하는 것이었다. '유로스톡스50'과 같은 대형주 바스켓을 매매하는 게 그의 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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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 임원에 따르면 그러다 지난해 어느 때부터 그는 유럽 지수의 선물을 매매에 적극 사용하기 시작했다. 유럽 증시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판단하고 큰 규모의 매수포지션을 설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아주 기술적으로 회사의 통제를 피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매매를 감시하고 처리하는 '백 오피스'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매매가 어떻게 체결되고 감시되는지 깊숙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커비얼을 아는 직원들은 "주로 혼자 조용히 지내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매매 데스크에 아는 직원이 많았으며, 백오피스에도 항상 친구들을 두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회사측 역시 이같은 인맥을 통해 그가 위험통제 과정의 최고 수준을 상당기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공모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작년말 증시 급락에 손실
2007년이 저물 무렵까지 커비엘의 매매는 수익이 나고 있었다. 그러나 연말 휴가가 끝난 직후 시장이 등을 돌려버렸다. 그가 매매했던 CAC40 지수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수급락은 선물 매수포지션에는 치명타다.
지난 수주 동안 그는 이런 행적을 숨기기 위해 온갖 애를 썼지만 지난주 금요일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처럼 커비엘이 실수를 범했고 한 컴퓨터 시스템에서 '빨간 깃발'이 나타난 것. 이는 포지션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컴퓨터가 적발했다는 신호였다.
그는 그래도 멈춤이 없었다. 그는 매매를 감추기 위해 이전에 사용했던 전술을 바꿨다. 그러다 얼마지나지 않아 곧바로 마진콜(증거금부족) 사태를 촉발할 수 있는 포지션을 취해버렸다. 마진콜이 발생하면 곧바로 부족한 증거금을 충당해야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동으로 반대매매가 진행된다. 마진콜 직전까지 몰리자 다시 경고사인이 들어왔다.
◇손실 자칫 10배로 커졌을 수도...
더 놀라운 것은 자칫 커비얼의 손실이 엄청나게 불어났을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SG의 다이엘 부통 회장은 커비얼의 지난 수개월간 포지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통 회장은 "재빠르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손실이 10배나 악화됐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10배면 710억달러에 달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아찔한 순간이다. 이는 며칠 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이 제안한 경기부양책 규모를 넘는다. SG는 커비얼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몇몇을 해고할 예정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SG가 세계적으로 주식 파생상품에 대단한 실력이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는 점이다. 파생상품 운용으로 막대한 수익을 내온 것이다. '리스크 매거진'이라는 파생시장 전문 잡지는 이번달 '올해의 주식 파생상품 하우스'라는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사고 이후에도 리스크 매거진은 "SG의 관련 부서(SG CIB)는 상처를 잘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수십억 유로의 손실에 잘 대처할 수 있다"는 평가를 했다. SG CIB의 주식운용 부문 대표 역시 "상당한 충격이 있었다. 그러나 손실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장의 시선은 매우 차갑기만 하다.
◇심각한 충격을 가져오는 트레이더의 사기
SG는 일주일 전 문제를 최초로 감지했다. 그리고 토요일 실체를 적발했다. SG는 이를 '엄청난 사기를 치는 방향성 매매 포지션'(massive fraudulent directional positions)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공시는 6일이 지나 이뤄졌다. 포지션을 정리하고 손실을 최소화할 만한 시간을 벌기위해서란 이유였다. 시장을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안 최고경영진이 관련 사실을 선뜻 말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커비엘은 2000년 중반 SG의 투자은행(IB) 계열사에 합류했다. 프랑스 중부의 리옹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그는 입사후 뱅커와 지원 부서가 거래를 하는 핵심 운용부서에 배치됐다. 2005년 그는 매매 데스크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전공은 유로스톡스 50지수 등에서 파생된 상품 매매였다. 이 지수만 평소 하루 400억달러에서 500억달러가 거래된다.
이 지수 선물은 연금과 헤지펀드와 같은 '큰손'들이 빠르게 유럽 증시의 오르 내림을 추적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상품이다.
커비엘은 독일 닥스나 프랑스 CAC40지수에 투자하기도 했다. 부통은 "커비엘은 2007년에도 사기성 매매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커비엘은 컴퓨터 해킹을 통해 자신의 포지션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이더가 금융회사의 생명이라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해킹하는 유례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상상은 종종 현실로 이뤄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