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가나안 유통사업단 김종일 이사장 父子

건강한 먹거리가 귀한 시대다.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이 시대의 요구가 되었다지만 웬일인지 믿고 먹을 만한 먹거리를 찾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직하고 안전한 먹을거리.' 가나안농군학교 유통사업단에서 운영하는 유기농 쇼핑몰 농군마을(www.canaanmall.com)의 가장 큰 목표다. 먹거리의 위기라는 이 시대 좋은 먹거리를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가나안농군학교 유통사업단 김종일 이사장과 김천국 기획실장 부자의 사명감은 남달랐다.
◆모두에게 이로운 먹거리를
가나안 유통사업단은 지난 1930년대부터 오랜세월 우리 농촌의 농민운동을 이끌어오고 있는 가나안농군학교를 뿌리로 한다. 김종일 이사장의 부친인 고 김용기 장로가 가나안농군학교를 설립한 이래 김천국 실장까지 벌써 3대째 농촌부흥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농군학교라니까 농사 기술만 가르치는 곳으로 오해를 받곤 하지만 사실 가나안농군학교는 일제시대에 독립 운동 겸 민족운동을 시작으로 지금껏 우리 농촌의 계몽운동을 이끌어 온 재단"이라며 "못먹고 못살던 시대에 농민들이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해서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농업기술을 보급하는 것 외에도 인성교육 등 농촌지도자 양성 등에 앞장서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이끌어가는 농민운동의 성격도 많이 변했다. 자연스러운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굶주린 농민들의 배를 채우는 데 초점이 맞춰졌던 운동은 이제 품질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데 더욱 비중을 두고 있다. 농업연구 역시 '다수확 상품'을 개발하는 데서 '유기농 상품' 개발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김 이사장은 "많은 농지를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에 농토가 줄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진정한 유기농 재배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유기농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죽은 땅을 살려내야 한다"며 "근대로 들어와서는 다수확을 위해 인체에 유해한 화학비료를 사용하면서 쓸만한 농토는 더욱 줄어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죽어가는 땅을 되살려내는 것 살아있는 땅에서 신선한 먹거리를 재배하는 것이 '진짜 유기농'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생산자-유통업자 협의체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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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지 좋은 유기농제품을 생산하는 것 만으로 가나안농군학교가 꿈꾸는 이로운 먹거리의 보급을 이루어낼 수는 없었다. 생산해 낸 좋은 품질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전해줄 창구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1년 전 '농군마을'이라는 유기농 쇼핑몰을 시작했다.
김 이사장은 "유통사업의 시작은 가나안농군학교에 있어서도 새로운 도약을 의미하기 때문에 유능한 젊은 인재가 필요했다"며 "그래서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김천국 실장)을 불렀고 아들도 선뜻 국내에 들어와 사업을 도맡아 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인 김 이사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아들인 김 실장이 겸손하게 답변을 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농촌의 삶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늘 마음 속에 있었습니다. 농군마을만 해도 아버지께서 워낙 기반을 잘 닦아 주셨기 때문에 마음놓고 일을 할 수 있었던 부분이 큽니다. 현재로서는 농군마을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폭을 넓히기 위해 가나안농군학교와는 별개의 사업체로 움직이고 있지만 그 기본정신만큼은 아버지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은 가나안농군학교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기농 쇼핑몰 농군마을은 외형적으로는 이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의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비즈니스라기 보다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로운 유통구조 확립을 위한 실험장에 가깝다. 소비자연합회와 생산자연합회를 두고 중간에서 운영위원회가 투명하게 유통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공개하는 협의체 형태의 운영구조 역시 이러한 실험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끼리는 우스갯소리로 농군마을로는 절대 떼돈은 못 벌것이라는 농담을 주고받곤 합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사업은 비즈니스라기보다는 할아버님때부터 내려온 농촌 부흥의 뜻을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최소한의 마진을 남기더라도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있고 모두에게 이로운 유통구조가 확립될 수 있으니까요."
◆엄선된 검증 절차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
농민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야 소비자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고 소비자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어야 농민의 경제를 보호할 수 있다. 이것이 김 이사장의 꿈이자 김 실장의 꿈이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일까. 농군마을은 시작한지 1년 만에 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벌써 회원만 800명이 넘는다.
김 실장은 "농군마을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나안농군학교에 대한 믿음을 갖고 찾는 경우가 많아 더욱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가나안농군학교의 이름을 걸고 유통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믿음에 실망을 주지 않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좋은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를 위해 제품의 질을 검증하는 데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농군마을은 친환경농산물로 인증을 받은 품목이나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적합하게 생산, 제조된 품목만을 취급한다.
"유기농 제품은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품질을 보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로서는 친환경농산물 인증이 없어도 유기농 쇼핑몰을 운영하는 데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습니다. 때문에 아직까지 친환경 인증제 등이 활성화 되지 않고 있습니다. IFOAM에서 인증을 받은 업체도 우리를 포함해 국내에는 단 3곳 뿐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유기농업체들에게도 인증제를 많이 알리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고 더 많은 분들이 더 좋은 먹거리를 제공받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농군마을의 최종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