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어 공교육, 공감대 형성 실패했다

[기고] 영어 공교육, 공감대 형성 실패했다

이건용 잉글리쉬채널 대표
2008.04.07 15:39

영어 몰입 교육의 도입과 철수,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영어 공교육 강화방안 등 숨가쁘게 달려온 새 정부의 영어 교육 방침과 변화로 국민들은 나침반을 잃었다. 학생과 학부모는 영어 공교육만으로도 '고등학교만 나오면 외국인과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사교육비 부담에 걱정이 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영어말하기를 위한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해외연수, 원어민과외, 영어말하기 전문학원까지 형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과정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선택이 다양한 만큼 학생들의 수준의 차이는 더욱 커졌다. 원어민과 같은 영어 수준이 지닌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알파벳을 겨우 읽는 학생까지 실력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결국 이렇게 영어수준의 격차가 큰 상황에서 영어말하기 수업은 소수의 학생만이 실질적으로 참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사교육의 기회가 적은 저소득층까지 아우르겠다는 정부의 주장에도 반하는 것이다. 공교육의 경우 수업 수준의 기준점을 잡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상위 몇 퍼센트만이 따라갈 수 있는 지금의 계획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정이 불가피하다.

새정부 훨씬 이전부터 이미 영어 사교육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든지 오래이다. 일명 쓰는 영어에 치중한 공교육을 외면한 결과 내신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영어말하기 교육시장까지 거대해졌다. 이미 공교육에 만족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졸속으로 처리된 교육 정책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환심은 커녕 비난의 목소리만 키우고 있다. 지난달 이병민 영어교육과 교수가 발표한 '다른 나라의 영어교육 사례가 주는 교훈'을 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단순히 수업시간을 늘리고 원어민의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일상생활에서 전혀 영어를 사용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영어 구사력이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해외연수든 영어전문학원이든 인위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시장의 무조건적인 배척과 공교육 강화만을 외치는 현 정부의 교육 방향은 우리나라 영어 사용 환경의 몰이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에 있어 조급함을 버리고 정부는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영어 사용 환경부터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영어학습환경의 분석에 따른 적합한 학습법을 마련하는 등 국내 영어 환경에 맞는 학습법을 개발해 성공한 교육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다면 교육 정책의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첫 발걸음을 뗀 영어 공교육 강화의 앞길은 험난하다. 이번 정책의 성공적인 결과와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계각층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만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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