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혐의 포착
금융감독원이 해외에서 공모 방식으로 발행되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기획조사하고 있다.
유가증권신고서에는 공모 형태로 발행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사모 형태가 대부분이라는 게 감독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해외 CB·BW 발행 과정에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혐의가 포착돼 이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5일 "해외 CB·BW를 발행한 기업들을 표본조사한 결과 공모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인수자가 소수인 사모 형태가 많았다"며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시장을 교란한다는 판단에 따라 기획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인수자가 정해진 사모 형태로 CB나 BW를 발행하면서 공모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해당 기업과 인수자 모두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 공모인 경우 사모 형태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CB·BW를 발행할 수 있다.
현행 규정상 공모 방식으로 주식관련 사채를 발행하면 인수자는 한달 후 바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반면 사모 방식은 1년 후에나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가격 결정 방식도 공모의 경우 평균 종가와 최근일 종가, 청약일 3일 전 종가 중 낮은 가격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사모 방식은 이들 중 높은 가격을 선택해야 한다. 공모 방식은 현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발행할 수 있어 투자자를 그만큼 쉽게 모을 수 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발행기업과 인수자 간에 대주거래가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고 파악했다.
예컨대 A기업이 유로시장에서 2억원(20만주) 규모의 CB를 발행했다고 가정하자. 정상적인 경우라면 인수자는 한달 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이면계약을 통해 A기업(또는 대주주)은 인수자 B에게 자사가 보유 중이던 주식 중 20만주를 빌려준다. 공모 방식을 악용했기 때문에 CB 발행가는 현 주가의 80~90%인 경우가 많다.
결국 B는 빌린 주식을 곧바로 시장에 내다팔아 아무런 위험부담 없이 10~20%의 수익을 거두게 되는 것이다. 빌린 주식은 한달 이후 CB로 전환해 갚으면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퇴출 위기에 놓인 한계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인수자는 무위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주가조작은 없었는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오르면 발행기업과 인수자 모두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투자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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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한계기업들이 편법 유상증자와 해외 CB·BW 발행으로 퇴출을 모면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공시 규정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