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4월과 5월, 한국은 심한 몸살을 앓았다. 미국 산(産) 쇠고기 재수입으로 불거진 '광우병 괴담'이 중·고등학생을 '청계천 촛불시위'로 불러내고, 온 국민이 한우마저 꺼리는 '쇠고기 파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우병 파동은 정부의 미숙한 대응, 즉 적용오류(Mal-adjustment)가 불러온 정재(政災)라고 할 수 있다. 광우병에 대한 불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발병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확률적으로 따지면 번개에 맞거나 죠스(식인상어)에 물리는 것보다 광우병에 걸리는 게 훨씬 어렵다고 한다.
◇광우병과 AI, 불안과 분노의 확산 메커니즘
국민건강과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AI(조류 인플루엔자)가 광우병보다 더 위험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 감염 원인과 경로가 알려지지 않은 채 AI는 아무런 대책없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감염지역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왜 AI에 대해선 무덤덤하고 광우병에 대해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AI는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쓰나미나 태풍, 그리고 지진처럼 오지 않기를 기도하지만 막상 닥치면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는 것이다.
반면 광우병은 정부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미국과 쇠고기 재수입협상을 타결짓고, 쇠고기 수입에 따르는 위험성에 대한 안전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쇠고기를 수입하도록 한 것은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을 바보로 알고 우습게 본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여기에 AI에 대해 이렇다할 대책이 없다는 절망과 몇 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는 '감성적 반미감정'이 합쳐져 전국적 촛불시위로 폭발한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대응으로 국민의 분노 폭발
더욱이 정부의 안일하고도 한심한 사후 대응이 찻잔 속의 물결로 끝났을지 모르는 쇠고기 재수입 문제를 광우병 파동이란 쓰나미로 키웠다. 쇠고기 재수입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양보해야 할 사항이었으며, 광우병이 발병(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하면 수입을 중단하는 등의 대책을 세울 것이라는 자세히 설명했다면 국민들은 수긍했을 것이다. 또 광우병 문제가 불거진 뒤에라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댓글을 삭제하는 등의 멍청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강둑은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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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파동은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한 직후 짧은 기간동안의 정보진공(Information Vacuum)상태에서 적적히 대응하지 못해 결국 망해버린 일본의 유키지루시(雪印)의 잘못을 되풀이한 것이다. 반면 존슨&존슨은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 터졌을 때 무조건 사과하고 책임을 모두 지겠다고 함으로써 신뢰성을 높이고 고객의 사랑을 받았다.
'보이지 않는 손' 때문에 광우병과 관련된 댓글이 삭제됐을 때 '노무현 정부는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과 싸웠는데 이명박 정부는 초중고(초-중-고등학생)와 싸운다'는 비아냥이 나돌았다. '인터넷 맹(盲)'이라 비판받아 마땅할 이명박 정부의 장관들이 광우병 파동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 무능력과 무책임을 바로잡아야 제2의 광우병 파동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