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비중 4년여 만에 최고, 중기 자금난 가중 우려
금호아시아나와 두산 등 대기업들의 잇단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 비중이 4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대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여유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어 이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 불안으로 사실상 해외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대기업 대출 증가는 중소기업 대출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태다. 최근에는 금융회사들도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대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이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31일 금융감독 당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은행권의 기업대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1%로 전분기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4년 1분기 11%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대출 가운데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2005년 2분기 9.3%까지 내려갔다. 이후 2005년 3·4분기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10.4%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곧바로 떨어져 작년 1분기에는 8.3%까지 하락했다.
대기업 대출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중견 그룹들의 적극적인 M&A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대한통운과 하이마트, 서울증권, 대한화재 등 굵직굵직한 M&A가 대거 성사됐다. 특히 올 1분기에는 대기업 대출비중이 전분기 대비 1.2%포인트 급등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대형 M&A에 나서면서 은행권에서 자금을 일부 조달했다"며 "M&A 자금 대출은 이중삼중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때문에 리스크는 크지 않은 반면 수익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유가 상승 등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이 가격 인상 이전에 원자재를 확보하려다 보니 자금 수요는 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도 대기업들의 자금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해외에서 돈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대기업들도 국내 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건설 등 추가적인 대형 M&A를 위해 미리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대기업들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은행과 접촉할 일이 별로 없었다"며 "최근에는 다소 여유가 있는 기업들도 대출 등을 통해 동원 가능한 자금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자금을 추가적으로 마련하는 경우도 많다"며 "앞으로 쏟아질 대형 M&A를 준비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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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은행들이 경기둔화를 핑계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 금액은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무분별한 대출 회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10월 중에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