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기자수첩]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최중혁 기자
2008.11.03 10:40

최근 한 TV 시사프로그램에서 값진 눈물을 봤다.

시계도매상을 운영하던 이종룡씨는 97년 외환위기 때 부도와 함께 3억5000만원의 빚을 졌다. 한 동안 폐인처럼 지내던 그는 정신을 차리고 빚을 갚기 위해 사우나 청소, 신문배달, 학원차 운전, 떡배달, 신문판촉, 폐지수집 등 하루 7가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얼마나 타고내리기를 반복했는지 그의 봉고차 운전석은 가죽이 닳아 없어져 구멍이 뻥 뚫렸고, 마지막 아르바이트를 마칠 때쯤에는 쏟아지는 잠을 쫓으려 차 지붕에 올라가 소리를 질러댔다.

사우나 보일러실에서 하루 2시간 새우잠을 자며 그렇게 번 돈으로 그는 최근 마지막 남은 빚 100만원을 송금했다. 10년 동안의 빚 갚기를 마쳤을 때 느닷없이 쏟아진 눈물….

"처갓집 땅 다 팔아먹었지. 형제들 돈 갖다 다 썼지. 가정에 소홀히 했지. 마누라한테 10년은 더 봉사해야지."

기자를 포함해 이 씨의 눈물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집값, 주식값 오르기를 바라며 늘 내가 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러다 뜻대로 안되면 모든 것이 정치탓, 세상탓이었다. 나만 운이 없다는 푸념과 함께.

요즘 여러 가지 이유로 '목숨줄'을 놓는 사람이 많아졌다. 톱 탤런트의 자살에 따라죽고, 주가폭락으로 가족을 등지고, 또 먹고 살 길이 끊겼다며 안마소 여종업원들이 잇따라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이들의 선택이 섣부르고 어리석다며 건방을 떨고 싶지는 않다. 다만 갈 때 가더라도 이씨가 흘린 값진 눈물을 한 번 정도는 흘려봐야 갈 자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삶은 그 자체로 축복'이라는 격언을 굳이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삶은 그리 가벼이 다룰 대상이 못된다. 나를 지켜보고 있는 많은 사람과 나도 모르는 새에 나를 꿈꿀지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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