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건설 위기, 누구 탓일까

[기자수첩]건설 위기, 누구 탓일까

문성일 기자
2008.11.03 09:48

일부 주요 중견건설사들이 지난달 말 정부와 금융기관 등의 도움으로 부도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물론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돌아온 어음 결제를 1~2개월 연장했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갚아야 할 만기 어음이 산적해 있어서다.

건설사 위기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자금난이다. 미분양 적체로 인해 자금 회전이 안되는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경기 침체와 함께 정부 정책을 탓한다.

과연 그럴까. 미분양이 양산된 이유는 무엇보다 건설사 스스로의 적절치 못한 사업 추진과 무리한 수주에 있다. 주택사업을 주로 영위해 온 중견업체들의 경우 자체 자금이나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무차별적인 수주를 해왔다.

각 기업 경영층의 실적 위주 마인드와 이를 바탕으로 한 내부 평가 시스템도 이처럼 무리한 수주를 부추기는 원인이 돼 왔다.

내부적으로 모럴해저드에 빠질 수밖에 없는 잘못된 시스템을 운영해 온 것도 문제다. 실제 최근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중견건설사의 경우 자금과 영업을 동일 라인에서 관리하도록 운영하는 등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

원가를 좌우하는 협력업체 관리나 자재구매를 특정인이 장기간 담당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 역시 모럴해저드에 빠지도록 하는 요인이 돼 왔다.

상당수 건설사들의 경우 원가 절감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 시행하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그만큼 원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위험을 자초해 온 것이다. 더 큰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기 전에 건설업체들이 직면한 어려움은 속히 해결돼야 하겠지만, 기업 스스로의 반성과 자숙도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정부도 건설사 부실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정권이 바뀌면서 규제 완화에 대한 건설사들의 기대치는 크게 높여놨지만, 결정적으로 정책의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 정부가 적절한 시기를 찾지 못하고 일관성없는 정책을 펼 경우 현재와 같은 상황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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