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의 빚잔치 엎을 때가 됐다

거품의 빚잔치 엎을 때가 됐다

배현정 기자
2008.12.01 11:28

[머니위크]기자수첩

"저소득층 외로워마세요."

'빚'에 관한 취재로 만난 한 재무설계 컨설턴트는 뜬금없는 말을 던졌다. 요즘 상담차 저소득층을 만날 때면 "조금만 기다리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한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요즘처럼 세상이 흉흉한 때에 자본주의 사회의 고질병으로 치부되던 양극화가 해소된다니. 까닭을 들어보니 더 황당했다. 아니 매우 무시무시한 얘기였다.

다름 아닌 고소득층ㆍ중산층의 몰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향평준화'가 시작됐다는 역설이다.

본래 불황이면 양극화의 골이 더욱 깊어진다는 게 정설. 그런데 이번 경기 침체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이번 경기침체에서는 고소득층 역시 무풍지대에 있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고소득층은 펀드ㆍ부동산 등에 물려 있어 더 이상의 여력이 없고, 중산층은 주택값은 떨어지고 대출금리는 높아지니 숨이 막힐 수밖에 없다"며 "이번 위기는 전 계층을 관통하고 있다"고 했다.

흔히 빚 하면 저소득층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최근 잇따르는 "빚 갚을 능력이 떨어졌다"는 보고서에는 고소득층이 '주연'으로 등장한다.

전체 부채의 60% 이상을 상위 40% 이내의 고소득층이 지고 있다는 것. 생계형 빚보다 투자형 빚이 많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기업들은 빚을 줄이고 보수적으로 운영하면서 비교적 체력을 키웠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에는 빚잔치를 벌인 '가계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 강남 아줌마는 월 소득이 1000만원인데 이중 700만~800만원을 대출상환+사교육비로 지출해요. 강남에서는 일반적인 수준이거든요. 그런데 최근 아저씨 사업이 어려워지자 강남에 있는 마트로 아르바이트 다닌다네요. 그래도 벤츠는 끌고 다녀요."

한 재무설계사가 들려준 '강남 아줌마'의 자화상은 몹시 쓸쓸했다. 이제 '거품'을 노리던 빚잔치는 엎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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