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10년전 위기 '컴백'할까

러시아, 10년전 위기 '컴백'할까

홍혜영, 엄성원 기자
2008.12.28 15:19

루블화 가치 급락 양날의 칼'…경제위기 우려vs 외환보유액 지켜라

러시아가 고민에 빠졌다. 루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다. 통화정책을 통해 의도적을 끌어내린 것이지만 이대로 가다간 경제·사회적인 불안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루블화는 유로대비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날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4년 저점으로 떨어졌다.

◇ 루블화 평가절하 고집 이유는=러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6주간 루블화 가치를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이달 들어서만 8차례 루블화 환율 변동폭을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정부의 의도적 평가 절하 움직임 속에 루블/달러 환율은 4년 최저인 29.06루블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 8월에 비해 20% 가까이 빠진 수준이다.

중앙은행이 평가 절하 정책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외환보유액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난주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한주새 150억 달러나 증가해 450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사상최고치로 치솟았던 지난 7월에는 60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유가는 7월 고점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경제 자문인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는 지난 24일 한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유가 급락으로 내년에 예산 적자를 면하기 어려워졌다"며 "예산 지출을 위해 석유를 비축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러지도 저러지도"=하지만 루블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러시아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구소련 당시 공산당 서기장을 지낸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전례없는 어려움과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고르바초프는 특히 "러시아 경제가 블랙홀에 빠질 수도 있다며 루블화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1998년 금융위기 당시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예금 인출 사태를 경험했다. '10년전의 상황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사회 불안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이다.

이달 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10년 전 예산 적자를 또다시 겪을 수 없다"며 나온 정부의 루블화 평가절하 정책이 부메랑이 돼 날아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사회적 불안이 심각해질 경우 루블화 가치는 한층 더 빠르게 추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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