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4년 최저, 유로 대비 사상 최저
루블화가 불안하다. 26일(현지시간) 유로 대비 루블화 가치는 사상 최저로 추락했다. 같은날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4년 저점으로 떨어졌다.
루블화의 가치 하락은 정부의 루블화 평가 절하 정책에 따른 것.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6주간 루블화 수준을 꾸준히 끌어내렸다. 중앙은행은 거듭된 평가 절하는 루블화에 대한 불안 심리를 야기하고 있다.
이 같은 불안을 무릎쓰면서까지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 절하에 나선 것은 외환보유액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로 뛰었던 지난 7월 6000억달러에 육박하던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유가 하락과 함께 4500억달러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달 들어서만 8차례 루블화 환율 변동폭을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정부의 의도적 평가 절하 움직임 속에 루블/달러 환율은 4년 최저인 29.06루블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 8월에 비해 20% 가까이 빠진 수준이다.
이와 관련, 구소련 당시 공산당 서기장을 지낸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전례없는 어려움과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고르바초프는 특히 러시아 경제가 블랙홀에 빠질 수도 있다며 루블화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지어 러시아 사회가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재정적, 도덕적 역량을 갖고 있는지조차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1998년 금융위기 당시 루블화 가치 급락에 따른 예금 인출 사채를 경험한 바 있다. 이에 러시아 국민들은 최근의 루블화 가치 하락 속에서 당시의 위기를 기억해내고 있다.
이달 초 블라디보스톡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것도 이 같은 불안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루블화의 앞날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유가 하락으로 성장의 날개를 잃은 러시아 국민들이 경제적, 사회적 불만을 밖으로 분출할 경우, 루블화의 하락 속도는 한층 빨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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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반정부 단체 인민민주주의연맹(PDU)를 이끌고 있는 미하일 카시아노프 전 총리는 정부와 국민간 소통 부재가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자유를 맞바꾸려는 정부의 계획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화 대신 부를 약속했던 정부가 성장세가 반감되면서 정책 신뢰를 상실했다며 이에 국민들의 불만이 거리에서 표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