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관가에 필요한 것은? 속도전

지금 관가에 필요한 것은? 속도전

여한구 기자
2009.01.08 14:57

[말랑한 경제-카스테라]

새해들어 기획재정부 예산실 A간부는 "바쁘다, 바뻐"를 달고 산다. 예년 같으면 '전쟁'과도 같은 국회 예산심의와 본회의 통과를 연말에 매듭짓고 한숨 돌릴 시기지만 올해는 유난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거듭 강조하고 있는 '속도전' 때문이다. 예산실은 유례없는 경제한파를 극복하기 위해 확대된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고 집행된 예산이 적기적소에 쓰여지고 있는지 확인해 일 단위로 보고까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예산실 내에 예산집행점검단을 설치했고 예산을 직접 쓰는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실적 점검반을 두도록 했다. 집행된 예산이 현장에 투입되기까지 시차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A간부는 "오죽하면 건설현장에까지 직접 가서 예산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그동안은 예산을 집행하고 나서는 신경을 덜 쓴 것이 사실이었는데, 요즘은 그렇게 했다가 불호령을 받게 돼서 일이 몇 배가 늘어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해 전체 예산 247조9000억원의 62.5%인 154조9000억원을 상반기에 집중 배정키로 해 앞으로도 예산실이 여유를 가질 틈은 없을 듯하다.

예산실의 실무 과장은 "한해 농사인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 1~2월에는 여유를 가지고 해외시찰도 가곤 했는데 올해는 꿈도 꾸지 못한다"며 "일요일이라도 마음 놓고 쉬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속도전을 실감하는 것은 예산실뿐이 아니다. 지난 연말 재정부 국고국은 호떡집에 불 난듯 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에 대한 현물출자 작업을 앞당기라는 청와대의 지시가 갑자기 떨어져서다.

현물출자는 예정돼 있었지만 국무회의부터 대통령 결재까지 통상 1주일 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해 느긋하게 대처했던 국고국 B간부는 다음날 밤 곧바로 대통령 승인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국고국은 바로 그날 밤 국책은행에 이사회를 소집할 것을 요청하고 실무작업을 준비한 뒤 다음날 이사회까지 마무리해 초스피드로 현물출자를 끝냈다. 후속작업까지 며칠간 새벽까지 남아 근무했음은 물론이다.

B간부는 "국책은행에 돈을 대주는 입장에서 제발 서둘러 달라고 부탁하며 일하기는 국고국 업무를 맡은 이후 처음"이라며 "대통령이 원하는 속도전이 뭔지 이번 기회에 체감했다"고 말했다.

각 부처의 정책을 총괄적으로 조율해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정책조정국과 경제정책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경제정책국도 '속도전'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하면서도 참신한 대책을 앞당겨 내놓으라고 주문하는 청와대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는게 쉽지 않아서다.

정책조정국의 C간부는 "신선한 대책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부처간 의견 조율과 시장분석 작업 등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고 하소연했다.

공기 단축에 익숙해져 있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이 내건 '속도전'에 울고 웃는 신년초 관가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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