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빠진 경제 구하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위기 빠진 경제 구하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2009.01.16 10:08
[편집자주]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거의 날마다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위기가 해소될 기미는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모두가 위기 극복을 위해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고 열린 마음으로 합의해 가는 총력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자유기업원의 최승노 대외협력실장이 한국경제연구원에 게재한 칼럼을 소개합니다.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공황상태에 빠져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제시해야 하는 것은 분명 리더의 몫이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 사람들이 공포감에 휩싸이자, 미국의 새 대통령 루스벨트는 취임 연설에서 “우리가 두려워 해야 할 것은 오직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라며 국민에게 자신감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의 위대함이 돋보인 명연설이었다.

위기의 순간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과연, 정부가 어떤 문제이든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 주겠다고 나서는 것이 올바른 해결방식일까?

루스벨트가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내놓은 뉴딜정책은 국민을 안심시키고, 당장의 내수진작에는 다소 도움을 주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재정지출이 경제주체의 생산성을 높여 장기적인 소득증대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효과를 발휘하였을까. 오히려 위기극복을 핑계로 늘어난 정부의 역할이 계속 비대해져 경제의 장기적 효율성을 해치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은 아닐까.

지금 세계 금융위기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경제위축이 가시화되자, 사람들은 확실하고 신속한 해법을 찾고 있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시장)’보다는 케인스의 ‘보이는 손(정부)’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세계 다수의 정부도 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1980년대 대처 영국 수상과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작은 정부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섣부른 예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경제문제를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손쉽게 얻어지는 것이 몸에 좋을 리 없다. 사라져 버린 자산, 사라져 버린 수요를 정부가 대신 공급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경제를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대가가 있게 마련이다. 일본도 잃어버린 10년 불황에서 남은 것은 정부의 부채뿐이었다.

2000년대 초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위원장이 이자율을 낮춰 경제를 살렸다고 했을 때만해도, 그는 마치 마술 지팡이를 휘두르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추앙받았다. 하지만 인위적 초저금리가 만든 거품의 폐해가 세계경제를 뒤흔들자, 이제는 ‘그린스펀 버블’, ‘그린스펀의 어리석음’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그의 명성이 달러가치처럼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신용위기가 핵심이다. 미국 정부는 서민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주택담보대출의 보증을 늘렸다. 부실 우려가 있는 대출은 늘어났고, 금융회사들은 그런 채권을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팔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실상품을 시장에 돌리는 무책임의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고 증폭시켰던 것이다.

정부의 개입이나 역할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개입이나 지나친 개입이 문제인 셈이다. 정부의 무분별한 신용제공은 방만한 재정지출만큼 무모하며, 후유증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이나 투자의 왜곡을 초래하여, 시장의 기능을 저해하고 경제의 활동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루하루 인기를 먹고사는 정치인이나 언론의 입장에서 당장 국민들이 어렵고 힘들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기대책으로 재정지출 확대방안을 내놓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불확실한 효과는 그만두고 장기적으로 자칫 더 큰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는 점을 면밀히 검토했는지 묻고 싶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의 다른 나라처럼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고 있다. 정부 만능주의라는 자만심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 바로 일자리 창출, 녹색 뉴딜, 신산업육성 등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들이 그렇다. 꼼꼼하게 따져 실행하지 않으면, 생산유발이나 고용파급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진정한 고용창출은 정부의 예산지출이 아니라 민간의 신규투자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진리다.

정부가 할 일이 많은 나라의 국민은 괴롭다. 정부의 사업을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하고, 민간의 역할을 줄여야 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특별히 다르지 않다. 자신이 생산한 만큼 소비할 수 있다는 경제원리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투자와 과도한 소비가 빚어낸 위기가 구조조정을 거치지 않고, 정부가 민간을 대신해서 돈을 더 쓴다고 해서 쉽게 극복되기는 어렵다.

물론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는 현실에서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비상상황을 맞는 비상정책이라 하더라도 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자재정을 감수하고 이루어지는 재정지출의 확대인 만큼 더 이상의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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