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등급 건설사 부실 '우려가 현실로'

B등급 건설사 부실 '우려가 현실로'

길진홍 기자
2009.02.10 09:18

"건설사 구조조정 더욱 강도높게 펼쳐야"

이 기사는 02월09일(09:04)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지난달 채권금융회사의 신용위험평가에서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을 간신히 피한 A건설사는 최근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 실사 요청을 받고 있다. 주채권은행은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한 A건설사의 자구노력 성과를 검증하기를 원하고 있다.

재무 실사를 벌여 자구노력 흔적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구조조정을 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결국 A건설사는 B등급으로 분류됐지만 자체 채권단협의를 통해 워크아웃 판정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A건설사는 위기 때마다 회계사 출신 오너의 감각이 수완을 발휘했다. 지난 2001년에는 강남구 역삼동 사옥을 천안으로 옮겨 법인세 감면 혜택을 톡톡히 봤다. 또 자회사 지분 출자 등으로수도권 일대 주택사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미분양 아파트 적체의 늪에 빠진 A건설사가 주채권은행의 끈질긴 재무 실사 요구를 뿌리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재무적요소평가에서 고점을 획득, B등급 판정을 받은 B건설사. 최근 만기 도래한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 대금 마련을 위해 진땀을 흘렸다. B건설사는 대주단 협약에 가입해 채권금융회사들로부터 채무유예와 신규자금 지원 등을 약속 받았다.

하지만 '신규자금 지원 요청은 곧 C등급 강등'이라는 엄포에 금융권 차입은 전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 회사가 택한 방법은 회사채 발행. 대주단 협약에 가입한 기관으로부터 회사채 100억원을 차환했다.

또 개인 투자자들에 팔린 회사채 400억원은 자기자본으로 간신히 충당했다. B건설사가 내년까지 만기 상환해야 하는 일반 공모사채는 모두 1000억원. 영업실적 개선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금융권 차입 없이 계속 회사채를 상환해 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 C건설사는 이달 말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초 계획했던 유상증자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대주주인 모기업이 유증 참여를 꺼렸기 때문이다.

계열사 지원에 따른 동반부실과 신뢰도 하락 우려가 그룹사의 유증 참여를 가로 막았다. 결국 C건설사는 제3자 배정이 아닌 일반공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할 방침이다. 독자 생존의 길을 걸어가야 할 처지가 된 셈이다.

# 우려했던 B등급 건설사 부실이 현실화 되고 있다. 과도한 건설사 익스포저로 건설업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던 주채권은행은 자체 실사 움직임을 보이는 등 채권단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권 신규자금 지원이 끊긴 B등급 건설사들에게 회사채 만기일은 사망 선고일과 다름없다. 주택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영업이익을 통한 신규자금 확보는 불가능에 가깝다. B등급 건설사들의 경우 모기업 지원도 여의치 않다. 계열사 부실이 그룹 전체의 부실로 전이될 것이란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 때문이다.

이 모두가 무늬만 B등급인 건설사들을 양산한 탓이다. 건설사와 주채권은행 그리고 금융당국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유동성 위기의 꼬리를 잘라내자는 건설업 구조조정의 취지는 퇴색한지 이미 오래다. 그리고 그 원죄는 다시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 더욱 강도 높은 건설사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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