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박영암의 여의도 리포트
지난 3월12일자 모간스탠리의 <임박한 폴리실리콘 공급과잉>이란 보고서는동양제철화학(192,200원 ▼10,800 -5.32%)(이하 동철)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13일 아침부터 국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에게 배포된 이 보고서는 국내 태양광 산업의 선두주자인 동철의 미래핵심사업인 폴리실리콘(모래에서 뽑아낸 태양광의 기초소재)이 공급과잉 상태에 진입했다며 가격하락에 따른 동철의 실적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목표주가를 기존 32만원에서 15만원으로 내렸다. 투자등급도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하향조정했다.
이같은 조치는 즉시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동철은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미래에셋이 276만 9109주(13.24%, 3월12일 현재)를 보유하고 있는 등 국내증권사들의 '성역'이었기 때문에 모간스탠리의 보고서는 상당한 반향을 불러왔다.
외인과 기관은 리포트가 나오자 동철을 내다 팔았다. 외인은 13일과 14일 연이틀 28만주를 순매도했다. 국내 기관들도 32만주를 처분했다. 이들의 순매도로 동철 주가는 단 이틀(13일, 16일)만에 3만1500원(-14.8%) 빠졌다. 같은 기간 6587억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폴리실리콘 과잉공급-가격폭락 시나리오

모간스탠리는 투자등급 및 목표가 하향조정의 논거를 폴리실리콘의 공급과잉과 이에 따른 가격하락에서 찾고 있다.
먼저 모간스탠리는 태양광산업 전반에 걸쳐 폴리실리콘 웨이퍼 모듈 등의 재고가 넘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3분기 1.1기가와트였던 재고가 지난해 4분기 1.4기가와트로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여기다 폴리실리콘을 사용하지 않는 박막형 태양전지기술의 시장점유율 확대와 후발업체의 과잉설비투자,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진 등으로 올해 폴리실리콘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점쳤다. 재고증가와 수요감소로 모간스탠리는 올해 폴리실리콘이 40~50% 초과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초과공급은 폴리실리콘 가격하락을 가져온다. 모간스탠리는 현물가격은 물론 장기공급계약도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008년 가을 Kg당 400달러에서 최근 125달러로 하락한 현물가격이 올 연말 50달러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심지어 2010년 말에는 40달러대로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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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가격의 하락은 장기공급계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현재 동철은 100억달러가 넘는 폴리실리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이들 장기계약을 kg당 75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68달러와 63달러로 전망한다.
◆단번에 반토막 낸 실적 전망치…'쇼크 공방'
모간스탠리는 이같은 분석 아래 동철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전면 하향조정했다. 폴리실리콘 매출액을 당초 1조830억원(2009년)과 1조8100억원(2010년)에서 각각 7080억원과 9610억원으로 낮췄다. 영업이익도 각각 3830억원→1760억원(2009년), 4340억원→1980억원(2010년)으로 하향조정했다. 2009년 영업이익률도 당초 35%에서 25%로 내려잡았다. 공급과잉에 따른 현물과 장기공급계약 가격하락과 출하량 조정을 반영한 결과다.
모간스탠리는 주당순이익(EPS)도 손을 봤다. 1만2484원(2009년)과 1만3577원(2010년)으로 하향조정했다. 당초 2만2398원(2009년)과 3만1791원(2010년)에서 각각 44%와 57% 낮춰 잡은 것. 목표주가도 32만원에서 15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이같은 모간스탠리의 보고서는 다양한 반응을 불러왔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계열 자산운용사의 주식본부장은 "실적전망을 하향조정한 논거는 인정하지만 현실보다 좀 더 보수적으로 전망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목표가를 절반 넘게 낮춘 것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후발업체 진입과 이에 따른 공급량 증가는 이미 예견됐던 부분이라 현시점에서 전망치 변경의 근거로 삼기에는 궁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미 중국 등 후발업체 진출을 실적 추정에 반영했기 때문에 마치 새로운 사실인 양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모간스탠리 보고서로 동철의 주가가 급락하자 "펀더멘털에 비해 주가하락이 과하다"며 "오히려 단기 트레이딩 목적으로 동철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은행계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팀장은 "최근 현물가격 하락세가 반등할 조짐이 없어 추가 하락을 점치는 모간스탠리 보고서가 즉각적인 영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또한 "신규 설비 준공지연과 기존 화학부분의 수익성 악화가 시장에서 부각되고 있었던 점도 모간스탠리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폴리실리콘 과잉공급과 이에 따른 가격하락은 새로운 악재가 아닌 상황에서 이를 근거로 투자견해를 수정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사, "장기공급비중 높아 실적 영향 적다" 반론
한편 UBS와 하나대투증권 등은 모간스탠리에 비해 훨씬 온건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 보고서의 영향인지 동철은 이틀간의 하락을 멈추고 3월17일 1만1000원(+6.11%) 반등에 성공했다.
UBS는 3월13일자 보고서에서 과잉공급에 따른 폴리실리콘 가격하락과 이에 근거한 실적전망치 하향조정은 모간스탠리와 보조를 맞췄지만 조정 규모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UBS는 2009년과 2010년 폴리실리콘 매출액을 각각 6760억원과 1조3450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모간스탠리의 2009년(7080억원) 추정매출보다는 적지만 2010년 (9610억원)은 더 많게 잡았다.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속도를 모간스탠리보다 완만하게 추정한 결과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다. 올해와 내년도 영업이익을 2970억원과 5800억원으로 내려잡았다. 하지만 모간스탠리보다는 높다.
하나대투증권은 모간스탠리와 상당히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17일자 <백약이 무효이나>라는 보고서에서 동철은 장기계약비중이 높아 현물가격 변동에 따른 실적민감도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 등 후발업체가 신규 설비를 가동하더라도 제조원가가 높아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펴기는 힘들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물론 하나대투증권도 현물 가격이 반등세로 전환할 때까지는 부정적인 투자심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중장기 관점에서는 동철에 대한 비중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며 투자등급 '매수'와 목표가 50만원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