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 규제 대폭 강화 나선다

美, 금융 규제 대폭 강화 나선다

이규창 기자
2009.03.25 10:35

강제파산, 경영권 박탈 등 비 은행권 포함..새 금융규제안 추진

미국 정부가 보험사 등 비은행권을 포함해 모든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와 감독 업무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새 금융 규제안' 추진에 나섰다.

특히 이 안에는 은행은 물론, 보험 연금펀드 등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금융기관에 대해 정부가 경영권 박탈, 강제 파산, 자산 분리 매각 등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포함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24일(현지시간) AIG 사태를 계기로 비은행권이 포함된 전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감독 기능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미 하원 금융위원회에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나란히 출석해 정부에 더 강력한 권한을 달라고 촉구했다.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AIG는 미국 금융시스템의 총체적인 실패를 드러냈다"면서 "이같은 사태가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더 강력한 금융기관 규제수단이 필요하다"면서 "의회를 설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는 'AIG 사태'가 이토록 악화된 데 대해 "AIG가 은행이 아니라 보험사이기 때문"이라며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비은행 금융기관(non-bank financial institution)에 대한 규제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는 새 금융구제안이 통과되면 재무부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생사여탈권이 쥐어지게 될 전망이다.

FDIC는 은행에 대해 부실여부에 따라 강제 퇴출시키거나 합병, 매각 등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으며 임원들의 보수와 성과급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 권한을 활용해 올 들어서만 20개 지방은행을 파산시키고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AIG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정부가 강제로 퇴출시킬 수단이 없다. AIG는 투자은행(IB)이나 헤지펀드 수준의 위험한 거래로 쌓인 부실로 인해 미국 경제에 큰 파장을 줬지만 정부는 대규모 구제금융을 주고도 세금누수를 막지 못했다.

골드만삭스, 씨티은행 등 대형 은행에는 조기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미 정부가 보험업계의 공적자금 지원요청에 소극적이었던 데는 이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연금펀드와 개인가입자에 손실을 초래하는 등 금융시스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보험업계의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권한 확대가 선행돼야 하다는 것이 오바마 행정부의 시각이다.

'거대 정부'에 거부감을 갖는 공화당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는 대체로 금융규제 강화라는 정책 방향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1700억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구제금융을 받고도 임직원들이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다른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이 새나가도록 방치했던 'AIG 사태'가 재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때문이다.

미 의회는 새로운 금융기관 규제안을 마련해 이달 31일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상원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가 비은행 금융기관보험사를 인수해 분할매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법안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나친 권력집중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존 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정부에 전례없는 권력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면서 표결에 앞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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