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 '낮추나 마나'

은행 대출금리 '낮추나 마나'

권화순 기자
2009.04.02 17:13

500만원 주택담보 우대, 아파트 담보 제외...실효없는 '생색용' 수두룩

지난 주말 바빴던 은행원이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담당자들이다.

국민은행 직원은 토요일(3월28일)까지 골머리를 앓으며 성안한 금리인하안을 일요일 오전 내놓았다. 이날 아침 일찍 출근해 금리인하 발표를 저울질하던 신한은행은 '간발의 차이'를 아쉬워했다.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감독당국의 지적도 잇달았던 터여서 주말 '발표 속도전'은 그만큼 치열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이번 주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은행들은 경쟁 은행의 보도자료 원본을 정밀 분석하면서 대응책에 고심을 거듭했다.

'속도전' 탓이었을까. 고객들에게서 '생색내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들이 앞 다퉈 "최대 1.0%포인트 인하", "최대 1.7%포인트 인하"라고 강조했지만 실제 이 만한 혜택을 보기가 쉽지 않다. 우대금리, 가산금리의 '마술' 탓이다.

신한은행은 우대금리 폭을 확대했다. 다른 은행들이 기본적으로 마진(0.2%~0.3%포인트 인하)을 줄이는 방법을 택한 것과 달랐다. 마진 축소는 모든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만 우대 금리는 고객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종전에 0.0~0.6%포인트였던 우대금리를 0.3~0.9%포인트로 바꿨다. 대출 금리는 최소 0.3%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 여기서 조건이 있다. 신용카드를 만들거나 공과금 이체, 급여이체를 해야 만 기본적인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서민고객'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500만원이하 소액대출의 가산금리(1.5%)를 없앴다. 그런데 실제 500만원 이하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 사람당 주택대출 평균이 2억원 수준"라면서 "소액이 필요하다면 신용대출을 받지 굳이 주담보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한은행은 연립주택, 빌라, 다세대 주택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추가로 얹었던 0.3%포인트의 가산 금리도 폐지했다. 하지만 정작 대출의 60%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담보대출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른 은행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하나은행은 '부수거래 감면금리'를 최고 1.5%로 0.3%포인트 올렸고, 국민은행은 주거래 우대금리를 0.2%포인트 확대했다. 하지만 우대금리 적용 여부는 어디까지 은행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인하 폭이 커졌다고 일괄적으로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영업점은 수익성을 걱정해 대출을 안 하고 있다"면서 "우대금리는 줘도 되고, 안 줘도 되는 성격이라 칼자루는 은행원이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설정비 가산금리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가산금리를 면제했다. 하지만 이 비용은 이미 은행이 부담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국민은행은 그나마 소형주택에 한해서만 설정비 가산금리를 면제하겠다고 했다.

은행권의 이번 금리 인하는 신규 대출자에 한정된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기존 고객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를 더 내리면 역마진이 날 텐데 정부가 계속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 하니 '고육지책'으로 이런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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