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효' 극대화 전략… 팬택이 다시 뛴다

'3효' 극대화 전략… 팬택이 다시 뛴다

지영호 기자
2009.04.16 05:32

[머니위크]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

"점심은 사내에 준비된 영양식으로 하시죠"

박병엽팬택계열 부회장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외부 손님과의 점심 식사도 사내에서 해결한다. 3월 말 창립기념일을 맞아 외부에서 손님이 찾아왔을 때도 박 부회장은 좀처럼 회사 안을 떠나지 않았다. 겉으로는 '상암동 사옥 주변이 황량해 마땅히 먹을 곳이 없다'는 이유지만 진짜 이유는 '시간이 아까워서'다.

박 부회장이 휴식을 취한 날이라고는 신정이 유일하다. 설날이나 추석 등 연휴에는 주로 해외출장 업무를 처리한다. 국내에서는 쉬는 기업이 많아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지만 해외 업무는 자유롭다. 신정을 유일하게 쉬는 날로 정한 까닭도 국ㆍ내외 할 것 없이 모든 곳이 쉬기 때문에 생긴 '어쩔 수 없는 휴일'이다.

연휴기간의 해외 출장이라고 해서 여유로운 일정을 상상하면 오산이다. 이동 중에 새우잠으로 체력을 보충하는 무박 3일 출장도 박 부회장에게는 흔한 일이다. 박 부회장과 해외출장을 함께 했던 해외영업본부장이 "공항 면세점에서 담배 살 시간이 없어, 출장 전날 미리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간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매주 월요일 오전 7시에 열리는 임원 회의에는 보고가 없다. 박 부회장이 주말에 출근해 미리 회의 내용을 점검하고 참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요일 회의는 자연스레 아이디어 교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팬택 관계자의 전언이다.

박 부회장은 현재 전문경영인이다. 국내 휴대폰업계 2위 자리까지 올랐던 팬택이 워크아웃 프로그램에 들어가면서 오너인 박 부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에서 추락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그의 경영권을 빼앗지 않았다. 박 부회장의 의지와 역량, 그리고 그의 열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팬택계열의 워크아웃 종료시점은 2011년이다. 워크아웃 회사들이 회생을 위해 무진 애를 쓰지만 특히 팬택의 성장은 놀랄 만하다. 2006년 339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회사가 이후 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1년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워크아웃 기간 동안 회사를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은 일, 그것은 박 부회장이 떳떳한 경영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사명이기도 하다.

◆팬택계열의 대표 단어 ‘효율, 효용, 효과’

팬택계열 부활의 원동력은 픽스앤맥스(Fix & Max) 경영전략이다. 픽스앤맥스란 자원과 지출은 고정하면서 효율성은 극대화하자는 것. 회사 상황이 어려운 만큼 한정된 내부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수익구조와 오퍼레이션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전략인 셈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 3월29일 창립 18주년을 맞아 픽스앤맥스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eMAX 전략을 발표했다. 'e'는 효율을 뜻하는 efficiency를 의미하는 말로 ▲보다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연구개발의 효율ㆍ효용을 증대시키면서 ▲비효율적인 요소 제거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효율, 효용,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팬택계열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 eMAX 전략의 핵심이다.

팬택 관계자는 eMAX 전략이 구호만 내거는 ‘액자 전략’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을 끌어올려 효율의 극대화를 이루기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박 부회장이 직접 직원들을 만나 효율성 증대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한 개선책을 강구하고, 효율성에 저해가 되는 문제점을 재빨리 개선하는 식이다. 사업운영중심회의를 최소화하고, 이슈 중심의 판매전략회의와 경영점검회의를 늘린 것도 효율성 증대를 위한 방책이다.

◆효율성 극대화의 비밀은 'e메일'

내수마케팅전략팀의 염모 사원은 매일 오전 9시 출근하면 e메일부터 확인한다. e메일로 보고한 ‘스카이 신제품의 판매량과 소비자 반응 보고서’에 박 부회장이 답장메일을 보내면서부터 생긴 버릇이다.

박 부회장은 강력한 경영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윤활류로 '소통'을 택했다. 그의 소통 윤활류는 ‘e메일’이다.

그는 매일 100통 이상씩 보고되는 메일에 결코 소홀함이 없다. 일례로 누군가 A4분량 수십장에 이르는 ‘IT시장 조사자료’를 부회장의 e메일로 보내면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부족하니 치밀하게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식으로 답변이 온다. 내용을 꼼꼼히 살피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답변이 오다 보니 문서를 작성하는 사원 입에서 저절로 ‘공부해야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소통의 또 다른 전략에는 '공유'가 있다. 지난 2007년 경영설명회에서 박 부회장은 '구성원에게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경영상태를 비롯한 모든 정보를 공유할 것'을 지시했다.

예컨대 회사의 서비스센터 재배치 프로젝트인 '서비스센터 리로케이션'은 CS(customer service) 본부의 주요 업무지만 회사 전체로도 중요한 사안인 만큼 모든 직원에게 e메일을 통해 자세하게 전파된다. 이를 두고 사내에서는 "부서간, 노사간의 장벽이 사라졌다"며 반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직원들과 e메일을 통해 소통을 하는데, 회신율이 100%일 정도로 꼼꼼하다”면서 “경영효율화를 위해 모든 직원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소통과 공유를 양 날개로 eMAX 전략을 펼치는 박 부회장이 웬만해서는 회사 건물을 벗어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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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기자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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