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 도덕적 해이의 방조자

[기자수첩]정부, 도덕적 해이의 방조자

강기택 기자
2009.04.16 09:53

우려했던 일들이 결국 벌어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GM에 6월 1일까지 파산보호 신청을 위한 준비작업을 마치라고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4일쌍용차(4,410원 ▲70 +1.61%)평택공장.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 노조가 올해 임금을 8만7000원 올려 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미국 정부가 언론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전미자동차노조(UAW)를 압박하며 '자구책 없이 GM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그 시점에, 청산과 회생의 기로에 서 있는 회사의 노조는 ‘임금인상’을 외쳤다.

쌍용차 노조 뿐만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4.9%의 임금인상과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가이드라인을 회사측에 제시했고 기아차도 대의원 대회에서 임금인상 요구안을 논의중이다.

세수가 줄어 빚까지 늘린 정부가 자동차 업계를 살리겠다고 나선 것은 노조에겐 천군만마였다. 회사가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 주겠다니까 그 이익의 일부를 나눠 갖겠다는 노조의 주장이 오히려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이 같은 도덕적 해이의 빌미는 정부가 줬다. 차 업계가 자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써보고 그래도 안 될 때 정부가 손을 내밀어야 하는데, 미국처럼 파산 카드로 기선 제압을 하면서 산업구조조정도 동시에 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이 "자동차 업계의 자구노력은 정부가 판단할 대상이 아니고 소비자와 시장이 하는 것"이라며 "노사 선진화 조건을 언제 우리가 이야기했느냐"고 말할 정도였다.

현대기아차가 자동차 시장의 80%를 독과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소비자와 시장의 판단'은 제한돼 있다.

금속노조 공통안을 회사에 내민 쌍용차 노조를 논외로 한다면, 세제 지원 하의 시장 판도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현대기아차 노조는 정부 정책에 편승해 임금인상 투쟁의 수위를 조절해 나갈 것이다.

야유컨대 세수 결손은 자동차회사가 내는 법인세로 메우고 주주에 대한 배당은 소득세로 일부 환수할 수 있다고 치자. 노조원들의 임금인상분 중 일부도 소득세로 걷는다고 치자. 그렇다해도 도덕적 해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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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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