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 상임이사 인선이 29일 사실상 완료됐다. 거래소는 이날 오후 서울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박상조 전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를 코스닥시장본부장에, 전영주 전 시장감시위원회 본부장보를 파생상품시장본부장에 각각 선임했다. 임원 선임을 위한 공모가 마감된 게 지난 달 16일이었으니 근 한 달 반 만이다.
이번 인선은 여러 면에서 '상징성'과 '중요성'이 적지 않았다. 거래소가 지난 1월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첫 임원 인사였던 탓에 '공공기관 KRX'의 향후 인사 기준을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었다. 더욱이 자본시장법 시행을 계기로 증권시장의 선진화를 외쳐 온 거래소 임원에 '전문성'을 갖춘 적격자가 선임될 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거래소 임원은 공공기관 지정전에는 이사장이 후보를 추천해 주총에서 선임했지만 공공기관 지정후에는 다른 공기업처럼 임원추천위에서 후보를 추천, 주총에서 선임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하지만 임원 선임을 끝내기까지 한 달 반의 긴 시간을 돌이켜보면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길었던 인선 과정만큼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애초 지난 달 30일 정기 주총에서 인선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를 뽑는 데 '정치논리'가 개입하면서 이날에 와서야 겨우 임원 선임을 완료했다.
시장에선 "청와대에선 000를 민다더라" "000는 금융위원회에서 선호한다더라"는 등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유력 후보에 대한 추천을 거래소 이사장이 거부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거래소 노조는 연일 "각각의 시장 본부장이 가진 고유한 책임과 권한을 과단성 있게 행사할 수 있는 본부장을 선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투명한 절차에 따른 본부장 선임을 요구했다.
노조가 이날 임원들의 주총장 입장을 막아서고 이로 인해 주총 장소가 바뀌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앞으로가 더 걱정스럽다. 본부장은 거래소 실무 사령탑이다. 온갖 잡음을 내며 우여곡절끝에 인선된 상황에서 과연 이사장-본부장-일선 직원이 호흡을 척척 맞추며 일을 의욕적으로 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각국 거래소도 경쟁무대에 오른지 오래다. 공공기관 지정에 이어 임원 인선과정의 후폭풍으로 갈등마저 심화된다면 거래소 미래는 더 흐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