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금이 기회…과감히 투자나서야"

"기업, 지금이 기회…과감히 투자나서야"

대담=최남수 MTN보도본부장, 정리=홍혜영 기자
2009.05.11 08:12

[MTN 특별대담]권태신 국무총리실장, "한국 경제 2분기 바닥, 4분기 본격 회복"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한국 경제가 2분기에 바닥을 치고 4분기에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기업들이 경제 위기 이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들은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권 실장은 지난 8일 머니투데이방송(MTN)과 특별 대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권 실장과 일문일답.

- 이번 금융 위기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해외에서 시작됐지만 한국 내부의 문제도 적지 않은데.

▶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경상수지 적자 폭이 10년 간 꾸준히 커졌다.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게 됐고 기업하려는 의지도 많이 꺾였다. 외국인들이 '한국이 돈을 갚을 수 있을까' 의심하게 된 이유다.

둘째로 금융회사들이 무리하게 규모를 확장해 불필요한 경쟁을 한 게 문제다. 단기 외화차입 비율이 높아지면서 외국 기관들이 한국에 대출을 꺼리게 됐다.

-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 금융회사는 대출에 대한 책임져야 한다. 건설 회사들이 돈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무리하게 대출을 해줬다.

또 부실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를 정확히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금융회사들 스스로 '제 살 깎기'에 나서 회사를 정상화 하는 한편, 다른 기업의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 세계적으로 이번 위기 계기로 금융규제 강화 추세다. 규제완화 쪽이었던 우리의 정책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

▶ 미국과 영국은 규제가 적어 헤지펀드 채권담보부증권(CBO) 등 위험상품이 많았지만 한국은 정반대다. 불필요한 규제가 지나치게 많다.

우리의 '살 길'인 서비스산업을 살리기 위해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 다만 사후 감독을 강화해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대외경쟁력이 키워야 한다.

금융 등 고도화된 서비스산업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고급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게 때문에 '금융허브' 정책의 방향은 유지될 것이다.

- 경기 바닥론이 나오고 있다. 언제쯤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는지.

▶ 확실한 것은 우리가 세계에서 이 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국내 경제위기는 진정되고 있다. 주요 금융기관이나 정부도 올해 성장률을 -2%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한국이 무역 위주 국가이다 보니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회복 속도가 조절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2분기에 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4분기부터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해 내년엔 많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

- 정부가 지난해 통화가치 하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위기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각 금융당국의 기능 조정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 환율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수급, 펀더멘털에 따라 환율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해야 하지만 지난해 전 세계 경제는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년에 두 번하는 예측을 두 달에 한 번할 정도였다.

지금 같은 때에는 금융기관간의 상호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 금융기관의 업무조정을 거론 하면 위기를 극복하기 보다는 밥그릇 싸움만 커질 공산이 크다.

- 경제 정책을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부총리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 과거 경제부총리 제도가 있었지만 경제 위기는 피하지 못했다. 경제부총리에게 권한을 일임한다고 해서 통합이 쉽게 되는 건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도 조절이 잘 되고 있다.

- 한국은행법 개정 문제로 금융당국간 논란이 일고 있는데, 현재 위기 상황에서 그런 논의가 꼭 필요한 것인지 의아해 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 현행의 금융감독체계는 금융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감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통합금융감독기구(FSA)를 설치한 영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도입된 것으로, 도입한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물론, 위기상황에서 각 기관의 상호협력을 위해 국무총리 등의 아래에서 시급한 협의를 하는 국가적 대응체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과 같은 전세계적 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기관간 이해가 대립되는 사항에 대한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 미국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정부의 대책은?

▶ 미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포드 등 빅3 자동차회사는 근로자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 복지비용 때문에 일본, 한국보다 싸고 품질 좋은 차를 생산할 수가 없다.

높은 연봉, 비대한 노조에 따른 효율성 저하가 위기를 키웠다. 자동차산업이 살아나려면 복지제도를 과감히 줄이고 구조조정을 통해 몸체를 줄여야 한다.

우리 입장에선 미국의 위기는 시장 점유율과 경쟁력을 높일 좋은 기회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려면 일본, 유럽 자동차회사들처럼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단체 협약 등은 개선해야 한다.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이 위기가 끝난 뒤현대차(674,000원 ▲65,000 +10.67%),기아차(205,500원 ▼500 -0.24%), GM대우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유동성 악화 우려가 있는 기업은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이 요구된다. 정부는 이를 촉구하고 구조조정에 따라 지원을 조절해야 한다.

- 유동성 과잉으로 자산 버블 가능성은 없는지. 물가 상승 우려도 있는데.

▶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단기적으로라도 일자리 만들고 기업들이 투자를 활발할 수 있도록 금리 낮춰야 한다.

향후 1년 내 단기 부동자금이 800조원 정도다. 이 자금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물가 상승이나 자산 버블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정부가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법인세를 낮추고 한시적인 규제 유예를 시행해 꼭 있어야 하는 규제라도 적어도 2년 정도라도 풀어줘야 한다.

-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비준 전망은. 추가 협상이 있을 것으로 보는지.

▶ 문호를 개방할 때 우리 산업이 다 죽는다고 걱정이 많았지만 결국 지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부문은 전자, 자동차, 화장품 등 개방이 많이 된 산업이다.

지금처럼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선 중요한 무역 상대국인 미국과 FTA를 반드시 해야 한다. 미국도 한미 동맹을 위해서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 빠른 시일내 FTA를 비준할 것이라고 본다.

- 실업문제가 심각한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어떤 대책이 있는지.

▶ 시장 경제 하에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 시키는 게 첫째 목표다. 기업들은 위기가 끝난 뒤 살아남기 위해 지금 선제적으로 투자를 많이 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한다.

둘째로 추경을 통해 4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젊은이들이 고급 일자리를 찾도록 연수제도, 해외파견, 청년 인턴제도를 늘리고 당장 일자리 없는 가장을 살리기 위해 사회서비스직을 늘릴 계획이다.

'노동 과보호'가 현재 고용된 사람들에겐 좋지만 젊은이한텐 불리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 청년실업을 줄이고 비정규직의 고통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정규직 고용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시키는 법안은 빠른 시일 내에 통과돼야 한다.

- 새만금 지역의 토지용도 변경에 대해 평소에 관심이 많은데 이에 대한 복안은.

▶ 새만금은 면적이 여의도의 52배에 이를 뿐 아니라 중국과도 가깝다. 농지 관광지 경제중심지로 나눠 관리할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질 관리다. 세계적인 학자들을 모아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있다. 새만금은 50년 뒤 동북아 경제중심지가 될 것이다.

- 공기업 개혁에 대한 생각은.

▶ 공기업은 근로자에게 모든 걸 양보하는 구조다. 채용 승진 등 기업의 고유 권한까지 노조의 합의를 받아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데도 감독이 잘 안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또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인 로비와 여론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공기업 개혁은 2~3년 하다가 흐지부지되곤 했지만 이 정부는 끝까지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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