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해산 시 3000억원 투자재원 증발..통신사 등 LP 의중 주목
이 기사는 05월26일(08:44)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시장이 어렵다. 펀드 조성을 위한 자금 마련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출범한 1차 신성장동력 펀드는 조합 결성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1차 펀드가 난항을 겪자 2차 신성장동력 펀드 운용사엔 8개 컨소시엄만 지원했다. 든든한 대주주가 없는 벤처캐피탈의 경우 자체 펀드 조성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반면 9개 운용사를 뽑는 국민연금 벤처투자 운용사 선정엔 33개 벤처캐피탈이 몰렸다. 곧 마감을 앞둔 2차 모태펀드 사업도 숨 막히는 경쟁률이 예상된다. 모태펀드와 국민연금은 자금 출자비율이 높아 펀드 결성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것이 배경이다. 펀드 조성이 쉬운 곳에 벤처캐피탈이 몰린다.
이 와중에 30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사라질 상황에 처했다. KT, SK텔레콤, LG텔레콤 등이 지난 2002년 조성한 KIF조합 얘기다. 산업은행, 농협 등 일부 은행도 펀드 결성에 참여한 KIF조합은 만기를 1년 여 앞두고 해산을 준비하고 있다.
KIF조합은 벤처캐피탈 시장에선 매우 큰 펀드다. 2003년 조성된 벤처캐피탈 펀드 결성총액 4550억원 중 KIF조합의 출자금이 1370억원을 차지한다. 1/3 규모다. 2004년 총 결성액 5247억원 중엔 KIF의 자금 1210억원이 포함돼 있다. 2005년에도 1430억원을 출자했다. 1/4에 달하는 묵직한 비중이다.
정보통신 분야만 보면 무게감은 더 크다. 2003년 하반기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정보통신 분야에 투자된 1조4019억원의 벤처캐피탈 투자금 중 KIF조합의 투자금액이 3230억원에 이른다. 2008년 11월 현재 전체 누적 펀드 수 324개 중 21개의 KIF조합에서 투자한 비중이 1/4에 달한다.
예정대로라면 KIF조합의 모든 펀드는 2010년 12월 31일에 일제히 만기가 도래한다. 청산매물 집중에 따른 수익률 하락을 염려하는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KIF조합 출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업자와 은행은 내심 펀드 해산을 바라는 눈치다. 출자금을 자체 운용하면 자사에 더 유리할 것이란 계산 때문이다. 만기 연장을 요청한 4개의 펀드 중 연장 불가를 통보 받은 펀드도 생겼다.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일종의 모태펀드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2009년 상반기가 금융경색의 바닥점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올해와 내년은 IT투자의 적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든든한 투자금 공급의 역할을 한 KIF조합이 사라질 경우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선 3000억원의 안정적 재원이 줄어드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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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들은 대안으로 KIF조합의 'IT 모태펀드화'를 제시한다. 통신사업자들이 이익 환원 차원에서 출자한 돈인만큼 회수를 종용하기 보단 국내 IT발전을 위한 지속적 투자금으로 남겨달라는 것이다. 가뜩이나 벤처캐피탈 자금 조성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벤처캐피탈이 내놓은 고육지책을 통신사업자와 은행 등의 출자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련 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