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새내기 애널리스트의 자살

[기자수첩]새내기 애널리스트의 자살

유윤정 기자
2009.06.11 08:30

얼마 전 A증권사 리서치센터의 RA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RA는 리서치어시스턴트의 줄임말로 애널리스트를 도와주는 직원을 일컫는다. 통상 3년의 RA 생활을 거친 후 애널리스트 세상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사회에 갓 발을 담근 젊은 나이에 그는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 이른바 취업전쟁시대에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합격하고도 무엇이 그를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여러가지 복합적 요인이 그를 극도의 단계까지 몰고 갔겠지만 과도한 업무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 인간성 상실에 대한 자괴감도 이유 중 하나였다는 후문이다.

여의도에서도 선망의 대상인 애널리스트의 세계는 생존게임이 가장 치열한 곳 중 하나다. 같은 업종을 커버하는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1등부터 꼴등까지 순위가 다 매겨지고, 그에 따라 연봉이 책정된다. 그러다보니 점점 인간적인 관계는 점점 멀어지게 됐다.

밖으로 보여지는 애널리스트의 화려함 뒤에는 그만큼의 고충과 스트레스가 자리잡고 있다. 오전 7시전에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근무하는 것은 기본이다. 밤을 새워 일하는 날도 부지기수다. 일요일에도 출근해서 리포트를 작성해야 한다.

이같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애널리스트 세계에서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RA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RA의 별명이 '알'인 이유도 '너희는 사람이 아니라 앞으로 부화하게 될 알'이라는 의미에서 지어졌다고 한다. 지나친 비하일지 모르지만 사람취급 받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흔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를 '인간성 상실의 시대'라고 한다. 증권사 뿐만 아니라 어떤 회사든 과거 도시락을 싸와서 같이 나눠먹던 시절의 사람냄새가 실종된 지는 오래다. 하지만 어떤 선배나 동료 한 명이라도 그의 상처에 귀 기울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적으로 대했다가 오히려 배신감만 느꼈다'는 한 리서치센터장의 경험담이 씁쓸하게 와 닿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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