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뷰]김석규 GS자산운용 대표이사

“나는 천체의 운동을 계산할 수는 있지만 사람들의 광기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영국의 과학자 뉴턴의 말이다. 그는 18세기 초 영국에서 있었던 사우스 시 버블 당시 거액의 돈을 잃고 이와 같은 독백을 읊조렸다고 한다. 우주의 이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리적 질서와 법칙을 규명해냈던 이 천재 과학자도 주식시장의 변화무쌍한 흐름 앞에서는 무기력한 희생의 제물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어찌 뉴턴 한 사람만의 이야기이겠는가? 벤자민 그레이엄, 워렌 버핏, 피터 린치, 그리고 빌 그로스 등 위대한 투자자의 이름으로 장식된 자본시장의 화려한 역사는 사실 한편에서는 수많은 무명 투자자들의 희생과 실패가 수반된 과정이었다.
과학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뉴턴은 신의 섭리라는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보던 중세의 인식론을 인과율에 의거한 근대적 세계관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에게 세상과 우주는 원인과 결과가 상응하고, 명확한 수리적 법칙이 작동하는 구조였다. 뉴턴의 위대한 발견을 통해 이른바 결정론적 세계관이 확립되었고 이는 이후 근대의 인식론을 형성하는 중요한 근간이 된다.
그러나 그 수명이 아주 길지는 않았다. 20세기 초 과학자들의 발견을 통해 뉴턴의 이론체계는 보편성을 상실하게 된다. 소위 ‘코펜하겐 해석’으로 알려진 일련의 과학자들 보어, 하이젠베르그, 본 등은 소립자연구를 통해 인과론적이기 보다는 무작위적인, 따라서 오직 확률적으로만 예측이 가능한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결정론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던 뉴턴이 주식투자와 관련해 한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마도 주식시장의 속성이 임의적이고, 무작위적이며 따라서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결과적으로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는) 때문이 아닐까 싶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1년간 겪었던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상기해 보라. 혹은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종합주가지수의 움직임을, 또는 지난 1주일간 시장에 영향을 미쳤던 (혹은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많은 뉴스를 돌이켜 보라. 어느 누가, 그리고 어떤 이론이 그 변화들을 예측할 수 있겠는가? 나심 니콜라스 탈렙이 ‘검은 백조’에서 냉소적인 어조로 지적한 것처럼 세상은 불가해한 부분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성공적인 투자가 반드시 주식시장의 모든 움직임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역사는 오히려 투자자들이 시장의 무작위적인 변동성으로부터 냉정함을 유지했을 때 더 많은 보상을 받았음을 보여 준다.
독자들의 PICK!
물론 그 냉정함이란, 인간의 생리적인 본성상 쉬운 일이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기투자는 우리를 현상적인 임의성과 불확실성을 넘어서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관문과 같다. 그 높은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 때 주식시장은 비로소 스스로의 비밀, 즉 자신의 질서와 인과율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 질서와의 조우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합리적 투자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코펜하겐 해석에 대항하여 아인쉬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인간이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이 세상의 모든 변화와 움직임에는 우연이 아닌 나름의 인과율이 작동한다는 말이다. 자본시장의 지배질서를 치열하게 탐구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이 말은 하나의 희망의 메시지이다. 물론 우리는 그 탐구과정의 대전제에 항상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로 장기적인 관점이라는 좁은 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