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문화관광ㆍ쇼핑관광

[CEO칼럼]문화관광ㆍ쇼핑관광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2009.06.16 08:10

곧 휴가 시즌이 시작된다. 작금의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수 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여행을 떠날 것이다. 모르긴 해도 관광산업이 고용효과는 물론이고 부가가치의 규모로 따져볼 때 가장 큰 산업중의 하나일 것이다. 더구나 무공해 산업이다 보니 각국이 앞을 다투어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처지는 어떠한가?

사람들은 여행지를 선택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까? 크게 보아 문화, 자연, 쇼핑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문화란 조상이 물려 준 찬란한 유적일 수도 있고 그 나라의 오랜 풍습이나 예술일 수도 있다. 이를 다른 말로 간단히 표현한다면 전 세계 사람들의 가슴 속에 투영되어 있는 환상 내지 이미지라고 할 수도 있겠다.

로마의 예를 들어 보자. 로마를 방문한 수많은 관광객들이 스페인 광장을 찾아 가서는 그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갔을 때 스페인 광장은 그다지 볼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계단에는 낙서가 되어 있는 등 지저분하기 조차 했다. 하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관광객들은 그 앞에서 ‘로마의 휴일’에 나온 오드리 헵번을 떠 올리며 환상에 젖는 것이다.

전 세계의 많은 지역을 두루 여행해 본 필자의 생각으로는 관광은 곧 문화를 파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를 파는 데 있어 가장 유용한 매체 중의 하나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그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처음 상영된 지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로부터 수많은 팬들이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이 찾아오곤 한다. 필자도 이런 이유로 잘츠부르그를 여섯 번도 넘게 방문했다.

최근 들어 조금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한류 드라마에 열광하여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도 좋은 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문화가 얼마나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팩이 ‘로마의 휴일’이 아니라 ‘경주의 휴일’을 찍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덧없는 상상을 해 본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나라로는 스위스나 노르웨이 또는 휴양지로 유명한 인도양의 몰디브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런 자연도 인간에 의해 다듬어지고 또 팔기 좋게 이미지가 만들어 지기는 하지만 기본이 부족하면 실로 난망한 일이다. 한국의 경우 이런 면에서는 역부족인 듯하다.

마지막으로 어찌 보면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쇼핑이라는 테마다. 해마다 정기세일 시즌이 되면 이태리 밀라노나 홍콩 등이 전 세계에서 온 쇼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지곤 한다. 더구나 일반 관광객들은 먹고 자는 데 에만 돈을 쓰는 데 반해 이들은 고가의 상품을 한 가방 가득 사 가지고 가니 금상첨화다.

몇 해 전 크리스마스 때 가족과 함께 홍콩에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놀란 것은 크리스마스 세일에 맞춰 수많은 한국의 관광객들이 주로 쇼핑을 목적으로 홍콩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었다. 백화점이나 고급 부띠끄에서 물건을 사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 중 어림 잡아 삼분의 일은 주로 젊은 한국 여성들이었다.

왜 우리는 이런 어마어마한 외화를 해외에서 쓰고 있는가? 외국의 관광객을 불러들이지는 못할 망정. 단순하게 생각해 보아도 국내에서 소위 이런 명품에 부가하여 거둬들이는 세금보다 제주도 같은 특정 지역을 면세지역으로 전부 풀어 버려 나가는 사람을 막고 해외에서 끌어 들이는 관광객까지 감안하면 경제적 효과가 몇 십 배는 더 클 것 같다. 최근 원화약세로 일본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관련 업계가 호황을 누렸다고 하는데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고 말지 않는가.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을 맞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고용창출 효과와 부가가치가 큰 것은 물론 무공해 산업인 관광산업을 키우기 위한 발상의 전환 내지 특단의 대책을 다 같이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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