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네 맞습니다. 중요한 행사가 있어서 내일부터 이틀간 공원 전체가 폐쇄됩니다."
12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탄(天壇·천단) 공원 입구. 오는 13~14일 공원이 정말로 문을 닫느냐고 묻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공원 관계자는 이 같이 답했다. 재차 "미국 대통령 방문 때문이냐"고 묻자 잠시 망설이던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톈탄 공원은 9년만에 베이징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공원 중심부에 배치된 기년전, 원구, 회음벽 등 주요 건축물로 드나드는 통로가 이미 폐쇄돼 있었다. 외부에선 높은 담장 너머 톈탄의 상징격인 기년전의 상단부만 간신히 보였다. 기년전 주변으론 비계가 설치돼 안전을 위한 건물 보수가 진행중이란 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마저도 13일부턴 볼 수 없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하는 13일부터 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톈탄을 방문하는 14일까진 여의도 면적과 맞먹는 크기의 공원 전체가 폐쇄된다. 공원 곳곳엔 '해당 기간 공원이 폐쇄되니 이미 입장권을 구매한 관광객은 환불 수속을 진행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두 정상은 오는 14일 이 공원의 대표 시설인 기년전과 원구를 함께 둘러볼 것으로 보인다. 기년전은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올리며 천명을 확인한 공간이며 원구는 황제와 하늘을 연결하는 최고 수준의 국가 제례 공간이다.

출입이 통제된 주요 건축물과 안내문을 제외하면 겉으로 보이는 톈탄공원의 모습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를바 없었다. 기년전을 볼 수 있는 곳 마다 관광객들이 뒤섞여 발 디딜 틈이 없었고 현장학습을 나온 초등학생들은 나무그늘 밑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공원 주변으론 통제 인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트럼프 방중'은 공원을 오가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의 주요 화두였다. "오긴 오나보다", "내일 오려던 사람들은 여행 망쳤네" 등의 대화가 쉴새 없이 오갔다.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던 한 무리의 남성들은 "내일부터는 취재진이나 관계자들도 접근을 못할 거다"며 멀리서라도 기년전을 보는게 다행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9년 전 방문한 자금성 일대가 평소에도 이동 경로마다 신분증을 검사하는 등 보안이 삼엄한 것과 비교하면 이날 톈탄공원의 분위기는 상당히 가벼웠던 셈이다.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황실 문화의 정수인 자금성을 둘러보고 성 안에서 만찬을 한 9년전 방중에 비해 이번엔 의전 수준이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너선 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중 관계가 이미 긴장상태이기 때문에 당시와 같은 성대한 연출을 재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지도부가 톈탄에서 양국 정상이 회동하는 모습에 담으려는 의미는 9년전 자금성 회동에 비해 작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베이징의 중심부 자금성에서 약 5km 남쪽에 위치한 톈탄은 과거 중국 황제가 풍년과 국가안정을 기원하던 장소다. 자금성이 권력의 상징이라면 톈탄은 중국식 질서와 안정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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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은 물론 이란을 둘러싼 중동 갈등은 진행형이다. 중국은 톈탄이란 장소의 상징성을 통해 질서와 안정의 메시지를 내려 했을 수 있다. 중국으로선 9년전과 비교해 '연출'보다 '메시지'에 공을 들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그만큼 이번 베이징 정상회담 테이블 위에 오를 의제는 더 복잡하고 광범위하다. 관세·희토류·대두를 중심으로 한 무역 의제를 기본으로 이란 사태와 대만 갈등, AI(인공지능) 기술패권까지 얽힌 이슈를 다뤄야 한다. 의제가 늘어난 만큼 포괄적 공감대 형성은 더 어려워진 구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