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70달러인 원유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가스전의 경제적 가치는 수조원에 달합니다. 가스전과 송유관을 잇는 7km의 수송관만 건설하면 바로 가스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지난 19일 여의도 인근의 한 식당.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상장사 A대표는 최근 러시아 정부로부터 사할린 소재 한 가스전의 개발과 생산권을 따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근 가스전에 추가 탐사가 이뤄지면 경제적 가치는 그 이상이 될 것"이란 말도 빼놓지 않았다. 발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정부도 못한 러시아 자원개발 사업을 일개 민간기업이 해낸 셈이다. 말 그대로 '대박'이라 할 만했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 회사의 주가는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실제 가스를 뽑아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금마련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중국 업체 등 몇 곳의 투자자들과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다.
이 회사처럼 최근 여의도에 한동안 잠잠했던 '자원개발 테마주'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유가 상승에 발맞춰 자원개발 관련 공시나 발표가 줄을 잇고, 주가가 치솟는 패턴이다. 원유값이 배럴당 150 달러에 육박했던 작년의 모습이 겹쳐진다.
이후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자원개발업체들이 부지기수다. 유전이나 금광, 가스전의 사업성이 실제보다 부풀려진 사례가 많았다. 막대한 자금을 충당하지 못해 결국 사업을 접는 경우도 허다했다. 아예 주가만 띄워놓고 주식을 팔아 돈을 챙기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물론 그동안 많은 준비를 마쳤을 수도, 옥석이 구분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자원개발 사업의 특성상 여전히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A대표 또한 간담회 내내 이번 자원개발 사업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국익'이란 표현도 몇번 나왔다. 하지만 확실한 투자계획을 세우고 자금을 유치한 뒤 사업성과를 발표했더라면 '자원개발주의 추억'이 떠오르지 않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