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되기 전에만 해도 세계경제는 크게 두 축으로 움직였습니다.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 온 미국은 한마디로 소비하고 수입하는 나라였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 대만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저축하고 수출하는 국가로 분류됩니다. 저축-수출 국가들로부터 밀려들어오는 상품을 소비-수입국가인 미국이 사준 것이 그동안 세계경제의 작동 메커니즘이었습니다.
실제로 아시아 국가들은 10년 전에만 해도 수출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그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7%로 상승한 상탭니다.
국가별 수출비중을 한 번 볼까요? 지난 4월부터 소급해 1년을 기준으로 할 때 말레이시아가 82.9%, 태국 72%, 대만 63.9%, 베트남 61.1%이고 우리나라도 50.5%에 이릅니다. 중국은 경제규모가 큰 관계로 비율은 다소 낮은 28.3% 수준입니다.
수출에 목을 매달고 살아 온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매년 많은 물건을 사주다보니 미국은 매년 7천억 달러가 넘는 무역적자를 내왔습니다. 반대로 중국은 3천억 달러 이상의, 일본은 2천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해왔습니다. 심각한 국제적 무역 불균형이 악화돼 온 것이고 이것은 미국민들의 과소비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융 불안이후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미국의 금융 불안 사태를 가져온 요인은 한마디로 미국 가계가 너무 많은 빚을 진데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으로 주택대출을 너무 끌어다 썼고 자동차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빚으로 지탱해온 경제였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을 시작으로 경제의 거품이 터지자 빚더미에 앉은 미국민들은 빚 줄이기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습니다. 소위 말하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확산된 거지요. 방법은 무엇입니까?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것 외에는 다른 묘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중 미국 가계의 저축률은 6.9%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주택 붐이 일었던 지난 2000년대 초반 저축률이 0%로 밑으로 떨어졌던 것과는 대조를 이룹니다. 그만큼 미국 가계의 상황이 다급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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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같이 미국민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이는 현상이 오래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데 있습니다. 가계의 빚이 너무 많은 데다 미국 경제 전체로도 지금과 같은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을 감당하기가 버겁기 때문입니다. 미국경제는 그래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저축하고 수출하는 경제로 구조가 변화돼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국가들의 경제성장 모델도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와중에서 미국이 상품수입을 줄인 결과 아시아국가들은 수출이 수십 퍼센트씩 줄면서 경제에 주름살이 커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미국 가계가 앞으로도 계속 허리띠를 졸라 메고 저축을 늘일 것으로 보여 수출에 지나치게 기대온 방식의 경제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경제성장의 돌파구는 내수를 늘리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밖에서 물건을 사주지 않으니 안에서 많이 사야 경제가 살아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GDP 대비 내수의 비중은 일본이 56%이고 중국은 33%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67%보다 많이 낮지요. 하지만 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바뀌는 구조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예컨대 중국의 경우 의료비 등의 부담 때문에 저축률이 높은 만큼 사회안전망 강화가 선행돼야 내수가 일어날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소득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면서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는 게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내수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외풍에 대한 경제의 민감도가 줄어드는 것을 뜻하는 만큼 차제에 한국경제의 체질변화를 이루는 데 정책적 노력이 집중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