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인공지능) 칩 회사인 세레브라스 시스템즈가 14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 상장 첫날 주가가 68% 급등했다.
공모가는 세레브라스가 예상했던 범위 150~160달러를 웃도는 185달러였으며 이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68.2% 오른 311.07달러로 마감했다. 이로써 세레브라스의 시가총액은 약 669억5000만달러로 평가됐다. 세레브라스가 처음 예상했던 공모가 범위가 115~125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세레브라스는 이날 미국 동부시간 오후 12시59분에 공모가 대비 89.2% 높은 350달러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상장 직후 매수세가 몰리며 극심한 변동성이 발생해 거래가 시작된지 몇 초만에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세레브라스 주가는 장중 한 때 공모가 대비 108.8% 오른 386.34달러까지 올랐다가 시초가 밑에서 거래를 마쳤다.

세레브라스는 전날 오후 진행된 공모에서 주식 3000만주를 매각해 55억600만달러를 조달했다. IPO(기업공개) 주관사들이 세레브라스 주식을 추가로 450만주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행사하면 총 조달 규모는 63억8000만달러로 늘어난다. 세레브라스는 2019년 우버 테크놀로지스 상장 이후 미국 기술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의 IPO다.
르네상스 캐피털의 수석 전략가인 맷 케네디는 세레브라스 상장 직전에 내놓은 논평에서 "이번 공모가 결정은 투자자들이 세레브라스의 전망과 칩 개발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에 매우 흥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세리브라스는 AI 모델이 학습된 이후 작업 실행 단계인 추론을 지원하는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만든다. 세레브라스의 칩은 대각선 길이가 거의 31cm에 달할 정도로 크다.
앤드류 펠드먼 세레브라스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의 매크로 칩이 엔비디아의 B200 칩보다 58배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컴퓨팅 산업 70년 역사에서 거대한 칩 제작에 성공한 회사는 세레브라스뿐"이라고 말했다.
세레브라스는 또 컴퓨팅과 메모리를 동일한 칩 위에 배치하는 웨이퍼-스케일 통합을 구현해 오랫동안 존재했던 컴퓨팅와 메모리 사이의 병목현상을 제거했다. 이에 따라 세레브라스의 GPU는 소형 AI 모델을 실행하는데 있어서는 경쟁사들이 따라오기 힘든 속도를 자랑한다.
다만 배런스에 따르면 세레브라스의 칩은 아직 크고 복잡한 AI 모델들을 구동하는데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들의 PICK!
하지만 펠드먼은 이날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세레브라스가 조만간 이러한 한계들을 넘어설 것이라며 "앞으로 6~8주 안에 세라브라스 칩이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AI 모델들을 서비스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세레브라스가 이미 오픈AI 등 여러 고객들의 더 큰 AI 모델들을 비공개 방식으로 구동하고 있다며 자사 칩이 큰 AI 모델 구동에서도 "여전히 엄청나게 빠르다"며 "경쟁사보다 15~18배 더 빠르다"고 설명했다.
세레브라스는 자사 칩이 내장된 서버를 판매하거나 클라우드 사업자에 대여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30%를 차지했지만 세레브라스의 수익모델이 지향하는 방향이다. 세레브라스는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76% 늘어난 5억100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렸고 1억46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세레브라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46억달러의 계약잔고를 가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인 200억달러가 오픈AI와 맺은 계약이다. 세레브라스는 올해와 내년을 합해 계약잔고 중 37억달러가 매출액으로 인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사업자) 중에서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가 지난 3월에 처음으로 자사 데이터센터에 세레브라스의 칩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세부적인 계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최종적인 계약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IPO 주관사들이 450만주 규모의 초과 배정 옵션을 행사할 경우 세레브라스의 총 발행주식은 2억2000만주가 되며 이 가운데 15%가 이번 IPO를 통해 클래스A 주식으로 매각됐다.
나머지 1억8500만주는 기업 내부자들과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이다. 클래스A 주식은 한 주당 한 표의 의결권을 갖지만 클래스B 주식은 한 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갖는다.
클래스B 주식은 클래스A 주식으로 전환돼 주식시장에서 매도될 수 있다. 통상 기업 내부자들과 초기 투자자들은 IPO 후 6개월간은 보유 주식을 매각하지 않기로 보호예수 기간을 두지만 세레브라스의 기존 주주들은 상장 직후부터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오는 8월 말까지 8400만주의 세레브라스 클래스B 주식이 매각 가능해지고 오는 9~10월에는 추가로 8700만주의 클래스B 주식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배런스는 세레브라스 상장 후 여름까지 클래스B 주식이 클래스A 주식으로 대거 전환돼 시장에 쏟아져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세레브라스는 상장 후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해야 하는 만큼 실적 발표가 주가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