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키운 회사, 희망과 바꿨습니다"

"30년 키운 회사, 희망과 바꿨습니다"

최중혁 기자
2009.07.10 09:53

[인터뷰]이찬승 능률교육 대표

지난달 30일 조간 신문. 전교조 간부 16명이 '시국선언 징계'에 항의하다 경찰에 연행됐다는 기사가 사회면 귀퉁이를 차지했다. 증권면에는 업력 30년의 코스닥 등록기업인능률교육(2,325원 ▲155 +7.14%)의 경영권 양도 기사가 실렸다. 이찬승 대표(60)가 본인 및 특수관계인의 회사 지분 31%와 경영권 일체를 한국야쿠르트에 양도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

두 기사는 얼핏 보기에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한 꺼풀 벗기고 들여다보면 깊은 '연기(緣起)'를 느낄 수 있다. 이 대표가 30년 동안 일군 목숨 같은 회사를 떠나겠다고 마음먹은 배경에는 '좌우'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교육혁신 활동을 해야겠다는 숙원이 크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이 안 보입니다. OECD 선진국들은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적합한 교육시스템을 찾느라 분주한데 우리는 좌우로 갈라져 싸우기 바쁩니다. 학자들은 자기 전공분야 얘기만 하고 정치가들은 이해타산에 따라 행동합니다. 교육공무원들은 발등에 불을 끄기 바빠 비전 제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어요. 기업가가 비전 없이 경영하면 해고감인데 말이죠."

이 대표는 시가총액 400억원의 코스닥 기업 CEO이지만 사업가보다 교육자라는 직함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조선 시대로 치면 딸깍발이 선비에 가깝다. 음주가무를 멀리하는 대신 독서와 산책을 즐긴다. 주말에도 골프채를 잡기보다 사무실로 출근해 밀린 책을 읽는다. 주력 생산품인 영어교재에 있어서도 장인정신이 깃든 완벽함을 요구한다. 어떤 책을 만들든 1등이 목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당연한 관행인 '사재기'도 하지 않는다. 그 만큼 자사 상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그런 그가 회사 지분을 모두 팔았다.

"경영권이 넘어가도 자식 같은 회사를 위해 무보수로 계속 일은 할 겁니다. 경영자문, 직원교육 등 여전히 해야 할 역할이 있고 새로운 경영자도 그런 걸 원하고 있어요. 다만 회사일 못지않게 교육사업으로 이룬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일도 제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히 할 겁니다."

이 대표는 학회를 하나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핀란드, 뉴질랜드, 덴마크, 스웨덴, 일본 등 이른바 교육선진국들을 벤치마킹 해 국내에 전달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교육학자, 교육행정가 등 리더들이 세계의 교육혁신 사례를 공유토록 해 우리나라 교육비전 형성에 기여하겠다는 의도다.

이 대표는 회사운영의 기본 원칙이 담겨 있는 'NE(Neungyule Education) Way'라는 사칙을 제정, 운용하고 있다. NE Way에서 회사의 미션(mission)은 '끊임없는 연구학습을 통해 탁월한 품질의 교육, 출판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의 잠재력 개발과 꿈의 실현을 돕는다'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교육도 이 같은 가치관 공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진보와 보수를 만나 모두 설득할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리더는 에너지와 아이디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를 갖고 열린 자세로 대화하면 진보와 보수 모두가 동의하는 비전을 도출하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다만 이 대표는 더 구체적인 활동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머릿속 아이디어는 많은 듯 했지만 "작지만 성공적인 사례를 하나씩 쌓아가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회사를 떠나는 것이 첫걸음이고 다음 행보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구체화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노병은 그렇게 나이 환갑에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았다. 딸깍발이 샌님이 정치판 못지않게 중상모략이 난무하는 교육판을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이리저리 치여 돈 읽고, 명예 읽고 백기를 드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내 머리를 흔들었다. 가만히 앉아서 냉소와 비난을 퍼붓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 훌륭한 일이 아닌가. 그리고 이찬승은 성공한 사람이다. 적어도 그의 성공 기준에서 보면. 그의 사무실 벽에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글귀 일부가 액자에 담겨 걸려 있다.

"Success is…to leave the world a bit better.(성공이란 세상을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1949년 경북 풍기 출생 △서울대 사대 수학교육과 졸업 △조광무역 수출부 △삼성전자 수출부 △능률교육 대표이사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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