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 패스트푸드식 곤란"

"영어교육, 패스트푸드식 곤란"

최중혁 기자
2009.05.01 13:43

[인터뷰]박남식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총장

"Failing to prepare is preparing to fail.(준비하지 않으면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정부의 영어교육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박남식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IGSE) 총장(66)이 던진 말이다. 박 총장은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30년간 근무하다 2006년 IGSE 총장을 맡았다. IGSE는 '윤선생영어교실' 창업자인 윤균 이사장이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목적에서 만든 영어교육 전문대학으로, 전교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유학시절 천재 소리를 들었고, 지금은 영어의 대가로 평가받는 박 총장을 만나 영어교육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을 들어봤다.

-정부의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몰입식 교육은 좋은 아이디어이고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준비 없이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아요. 아직 선생님들의 능력이 몰입교육을 감당할 수준이 아닙니다. 교사 수준을 높이고 교재도 개발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영어교육도 실패했다고 봅니다. 교대 커리큘럼까지 바꾸고 제대로 하려면 적어도 15년은 준비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던데 곧바로 실시해 버리더군요. 그 결과 몇 마디 인사 나누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조기유학 붐이 실패의 증거죠.

-서울대에서는 영어로 강의하셨나요.

▶1968년 처음 강의를 맡았을 때 영어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선배 교수의 반대로 계속 하지를 못했어요. 그러다 90년대 초 인도네시아에 교환교수로 갔는데 영어로 강의하는 걸 보고 우리도 하자고 제안해 봤는데 실패했어요. 찬성이 4명뿐이더군요. 당시에는 동료 교수들이 못마땅했는데 지금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제가 더 밉습니다.

우리 영어교육은 여전히 문법, 방법론, 이론에 너무 치중돼 있습니다. 영문과나 영어교육과 학사를 졸업하면 이론은 미국의 석·박사 수준이에요. 그런데 실기는 소홀히 하니까 교단에 서면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70년대 초에 모든 영어교사들이 능력시험을 치게 하자고 했는데 반대가 심하더군요. 선생님들도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가르치는 사람부터 원어민 수준이 돼야 하고 거기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합니다.

-영어유치원이 인기인데, 영어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가요.

▶영어를 언제 시작하느냐는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60이 넘어도 필리핀이나 인도에 가면 영어를 잘합니다. 중요한 것은 환경과 동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5살에서 12살 사이에 모국어 능력이 완성된다는 촘스키 교수의 가설이 신성시돼 조기교육 선호도가 높은 것 같아요.

-올바른 영어교육을 위해 강조하시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교육은 나무를 심는 것과 같습니다. 튼튼한 재목이 되려면 수십년이 걸립니다.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으면 비만과 당뇨에 걸리죠. 슬로우푸드를 먹으면 오래 삽니다. 영어교육도 패스트푸드를 계속 먹이려 해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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