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합투자상품이 보편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면서 펀드 투자 문화가 빠르게 선진화되고 있다. 적립식 펀드 투자 붐, 주식형 상품 비중 확대, 해외투자 대중화 등과 같은 놀라울 정도의 변화가 있었다. 특히 상품의 다양성에 있어서는 국내 시장이 선진국에 거의 근접한 양상인데 자본시장법의 시행으로 어쩌면 수년 후에는 국내 펀드 시장에서 선진국보다 더 다양한 상품이 거래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하지만 상품선택에 있어서만큼은 국내 대다수 투자가들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을 따르고 있는 것은 여전히 아쉬운 현실이다. 상품의 다양성에 압도되어 충분한 상품 이해를 위한 노력 없이 유행에 휩쓸리듯 판매 창구의 권유에 의존하여 펀드를 선택하고 후회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전문가를 포함한 주변 그 누구의 조언도 참고적 정보가 될 수 있을 뿐 투자는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하는 행위다. 판단과 결정의 직접적 근거는 투자자 자신이 부단히 연구하고 심사숙고한 끝에 얻어진 결론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더 나은 펀드 선택을 위한 기준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비용'이 가장 중요하다. 펀드에 투자하게 되면 판매보수, 운용보수, 매매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이런 저런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런 비용이 적어야 한다. 비용만 제대로 살펴도 펀드투자의 성공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단 돈 몇 백 원을 절약하려고 발품을 파는 일반인들이 펀드의 비용에 대해서는 신기할 정도로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 펀드 관련 비용은 대개 투자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간접적으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보수 등 비용부담이 높은 펀드는 비싼 만큼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한다.
단언컨대, 제조업 상품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펀드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적용되지 않다. 펀드는 가급적 쌀수록, 즉 비용 부담이 적은 것일수록 좋다. 비용 부담이 큰 펀드일수록 수익률은 그 만큼 낮다는 것이 정설이다. 수많은 연구와 검증을 통해 펀드는 비용만큼 수익률을 하락시킬 뿐이라는 결론이 반복적으로 얻어진다. 특히 비용과 성과의 반비례는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명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최선의 운용전략은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효율적 시장가설이 시사하듯 주식을 비롯한 자산의 가격은 전문가라고 해서, 노력과 비용을 투입한다고 해서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만 신경 써서 펀드를 선택한다면 펀드가 지출하는 비용을 연 2% 정도는 낮출 수가 있다. 2% 쯤은 주가변동폭에 비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대범한 투자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미치는 영향은 상상 외로 심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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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투자원금이 1억 원, 주가상승률이 연평균 10%라고 가정할 때 투자기간이 10년이 되면 연 2%의 비용 절감은 43%에 달하는 수익률 개선효과를 가져온다. 4,300만원을 더 벌게 되는 것이다. 비용절감이 재투자 효율을 높이는 효과, 즉 흔히 말하는 복리의 위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다. 15년이 되면 수익률 개선효과는 자그마치 100%에 이른다. 투자기간이 20년, 30년으로 늘어나면 수익률 개선효과가 각각 200%와 700%를 넘어서는 충격적인 수준이 된다. 운용성과 만으로는 만회하기 어려운 차이다.
실제사례에서도 비용절감의 위력은 충분히 증명된다. 미국시장의 경우 1969년부터 1998년까지 30년간 비용절감을 핵심전략으로 내세우는 상품인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이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 즉 액티브 펀드에 비해 1,300% 가량 더 높았던 것으로 조사된다. (BURTON G. MALKIEL, 'A RANDOM WALK DOWN THE WALL STREET') 이런 원리를 잘 아는지 펀드투자문화가 발달한 미국 투자자의 74%는 펀드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비용을 꼽았다고 한다.
인덱스 펀드는 '비용절감'을 절대선으로 내세우는 매우 경제적이고 투자자 지향적인 금융상품이다. 주가예측의 한계를 인정하고 시장 포트폴리오의 수동적 복제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 상황에서라면 인덱스 펀드를 활용할 경우 연 2%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진정으로 재산을 증식시키고 싶은 투자자라면 인덱스펀드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것을 권한다. 두 대에만 걸쳐 인덱스 펀드를 활용한다면 서민이 부자가 되는 것도 기대해 볼만해진다. 다만 인덱스펀드 운용경험과 운용 철학이 충분히 검증된 회사의 펀드를 선별할 필요는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