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규제, 누가 한판승?

헤지펀드 규제, 누가 한판승?

최남수 MTN 보도본부장
2009.07.23 17:22

[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이번 글로벌 불황을 겪으면서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은 일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그리고 보험사들이었습니다. 헤지펀드들은 쏟아지는 비난의 태풍권에서는 일단 한발 비켜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위기로 미국과 유럽의 금융당국자들은 이른바 시스템 리스크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금융 산업이 말썽을 일으킬 경우 시장 전체를 붕괴시킬 위험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그 위험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차원에서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강화 조치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헤지펀드 문제가 금융시장을 뒤흔들어 놓은 대표적 사례는 지난 1998년의 롱텀캐피털의 파산사태입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런 숄즈가 만든 이 펀드는 러시아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천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급기야 미 금융시장을 마비시키고 말았습니다.

헤지펀드가 한 번 사고를 치면 왜 이렇게 큰 사고를 치게 될까요? 소수의 최상류 부유층을 위한 투자수단으로 조성되는 헤지펀드는 말 그대로 차입과 공매도, 파생상품 투자 등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면 공격적인 투기적 투자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한 번 잘못되면 쪽박을 차면서 그 부정적 파장이 투자자는 물론 돈을 빌려 준 금융기관, 거래 상대방 등에게 광범위하게 미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헤지펀드는 9천 8백 여 개가 영업 중이며 전체 자산은 1조 3천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미국에 가장 많은 4천 4백 여 개가, 유럽에 3천 8백 여 개가 있고 아시아지역에 4백19개가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G8국가들이 헤지펀드 규제에 나선 것은 헤지펀드가 언제든지 또 다른 금융위기를 부를 수 있는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산 운용과 자금 내역 등이 불투명한 것이 제일 문젭니다. 정책 당국이 헤지펀드에 무슨 문제가 있는 지를 사전에 알아내 투자자를 보호하기가 어렵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규제 망이 새로 설치될 전망입니다. 우선 미국에서는 자산규모가 3천만 달러가 넘는 헤지펀드는 증권거래위원회에 반드시 등록해 차입금 내역과 장부 외 투자규모 등을 상세히 밝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금융시스템에 중요도가 커진 헤지펀드는 추가적인 감독강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유럽은 더 강경합니다. 유럽연합 EU는 자기자본, 차입금이나 상품판매에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기자본을 더 쌓게 하고 특정 펀드를 팔 때는 감독당국의 승인을 미리 받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아울러 지금은 헤지펀드들이 자산을 미국의 브로커들이나 지방은행에 예치하고 있는 것을 유럽연합 은행에 반드시 예치하도록 하는 방안도 들어 있습니다.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금융시장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유럽연합 측은 말하고 있습니다.

헤지펀드들은 당연히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국보다 더 강한 규제조치가 논의되고 있는 유럽 헤지펀드, 그 중에서도 2천 2백 개가 넘는 헤지펀드가 있는 런던의 분위기는 반발의 수위가 높은 상황입니다. 이들은 헤지펀드는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있는 소수의 전문 투자자들이 고객이어서 투자자 보호 이슈가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이 같은 규제조치는 오히려 펀드의 수익률을 떨어뜨려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헤지펀드 규제와 관련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미국과 유럽연합 의회의 입법 과정에서 정책당국과 헤지펀드들의 로비전이 될 것입니다. 지금으로선 금융위기 재발방지와 투자자 보호라는 정책당국의 명분이 더 커 보이지만 헤지펀드의 반격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가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새로운 규제조치가 가동될 경우 우리 증시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투자 행태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의 입법 과정을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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