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인사시스템 합리화 등 개혁방안 발표
-'보여주기 개혁' 배제... 실질적 방안 초점
-百청장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다"
-대기업 세무조사 4년마다 주기적으로
예상했던 대로 파격은 없었다. 하지만 효율성과 조직의 마음은 다졌다.

백용호 국세청장(사진)은 14일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국세청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청와대 등에서 흘러나온 지방청 폐지, 조사청 신설, 세무서 통폐합 등 다소 파격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인사시스템의 합리화, 세무조사의 객관성, 내부 감찰기능 강화 등 보다 실질적인 방안을 택했다.
‘보여주기식 개혁’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 하지만 지금까지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을 개선해 조직의 신뢰위기에 정면승부하겠다는 의지다.
◇“외부에 의한 개혁은 없다”=백 청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외부에서 조직개편을 포함한 개혁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효성 논쟁 여부를 떠나 이런 개혁안이 나온 것은 우리의 책임, 특히 ‘관리자들의 책임’이 크다”며 외부세력에 의한 개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청장으로서 시중에 알려진 안이 과연 세무행정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지금 논의되는 개편안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않아야 된다고 보며 또 서두른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백 청장의 이 같은 구상은 외부 출신으로서 급진적인 개혁을 택해 조직 장악에 실패하고 내부 반발에 쫓기기보다는 점진적 개혁으로 ‘신뢰’와 ‘효율성’ 모두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청와대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도 백 청장이 외부 눈치를 보지 않고 점진적 개혁을 추구하는데 힘을 보탰다.
백 청장은 직원들에게 “지금이 신뢰회복의 마지막 기회”라면서 “더 이상 조직개편 논의 등으로 동요하지 말고 업무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면서 조직개혁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무슨 내용 담겼나=이번 개혁방안은 크게 세무조사 객관성 확보, 인사시스템의 합리화, 감찰기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독자들의 PICK!
국세청에 대한 신뢰붕괴가 세무조사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 도덕성과 청렴성, 불공정 인사에서 연유했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기업의 정기 세무조사는 4년마다 주기적으로 이뤄진다. 중소기업은 신고성실도 평가원칙에 따라 조사대상으로 선정된다. 세무조사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정치적인 세무조사를 원천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지방청의 조사조직은 조사관리와 집행부서로 분리된다. 내부견제를 강화하고 조사권 남용을 막겠다는 의도다.
납세자보호관, 감사관, 전산정보관리관 등 본청 국장 3개 직위를 외부인사에 개방해 ‘폐쇄적’이란 국세청 조직을 쇄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신설되는 납세자보호관은 납세자의 권익이 중대하게 침해된다고 판단될 때는 세무조사 일시중지, 조사반 교체, 직원 징계요구 등을 할 수 있다.
또 국세행정위원회, 인사위원회가 설치된다. 국세행정위원회는 민간위원을 주축으로 국세행정, 세무조사 운영방향 등을 심의한다. 인사위원회는 인사기준을 심의해 인사청탁 등의 소지를 없애는 반면 국세청장에게 집중됐던 인사권은 지방청장 등으로 대폭 위임된다.
백 청장은 이날 회의에서도 “직원들이 대부분 관심이 많은 6~7급 인사가 연고, 친소관계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며 합리적 인사시스템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본청은 정책추진, 지방청은 사후검증, 세무서는 현장중심으로 기능을 조정한다. 세무조사 등에 간여할 수 있는 ‘힘’의 여지를 축소시키고 납세자 서비스 만족에 노력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조직과 인력조정이 불피할 것으로 보인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급진적인 청와대 개편안은 국세청의 주요문제점인 폐쇄성을 개선하는데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청장의 조직장악력이 뒷받침됐다는 전제 아래 행정고시, 7~9급, 세무대 출신 등 다양한 직원들을 아우를수 있는 합리적인 조직구도 및 연공서열 타파가 선행돼야 하고 임의적인 주사행정이 사라져야 국세청 개혁이 완성될 것”이라며 “국세청장의 임기가 보장돼야 이 같은 일을 소신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