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선 '도시락'이 1위라구요"

"러시아에선 '도시락'이 1위라구요"

박희진,김유림,김희정 기자
2009.08.21 18:49

해외에서 더 잘 나가는 기업들… 한국야쿠르트 이랜드 뚜레주르 등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잇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에선 사각모양의 한국 컵라면인 '도시락'을 먹는 승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간편식으로 철도여행의 별미로 통한다.

한국야쿠르트의 '도시락'은 국내 라면시장에서는 1위가 아니다. 국내 시장점유율에서 농심 삼양식품 등을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만큼은 한국야쿠르트가 단연코 1위다. 지난해 러시아 전체 라면시장에서 한국야쿠르트의 현지법인인 코야가 차지한 점유율은 40.4%다. 용기면 시장에서는 56%나 된다.

이처럼 국내 시장에선 비록 선두를 차지하진 못했지만 밖으로 눈을 돌려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 여럿 있다. 한국야쿠르트와 이랜드, 뚜레주르 등이 바로 주인공이다. 이들 기업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 개척에 힘을 쏟았다.

한국야쿠르트의 도시락이 러시아에 처음 선보여진 것은 80년대 부산항을 드나들던 러시아 보따리 상인을 통해서였다. 현지에 사업소를 개소하고 본격적으로 수출된 건 1997년 6월. 당시 경기 침체와 정치적 혼란으로 러시아 시장이 불안해지자 현지에 진출했던 국내 업체들은 거의 철수했다. 98년 8월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후에는 국내 업체들 중 한국야쿠르트만 잔류했다.

한국야쿠르트는 국내 라면시장에서 1위가 아니었기에 오히려 해외 수출에 승부를 걸었다.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인스턴트 라면을 한국말 그대로 '도시락(DOSIRAC)'이라고 부른다. 제품이름이 보통명사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등 경쟁사의 제품이 10~15루블인 반면 도시락은 20~25루블로 프리미엄 라면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야쿠르트는 러시아에서 매년 1600억원어치의 라면은 팔고 있다(연매출).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는 이미 선두업체 제품의 맛에 길들여져 있는 소비자가 많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다. 매운 것보다 짠 음식을 좋아하는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게 마케팅을 펼쳤다"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서 국내 1위는 아니지만 해외에서 독보적인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으로는 이랜드가 대표적이다. 1980년 이화여대 앞 6㎡(2평)짜리 보세 옷 가게에서 시작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이랜드는 국내에서는 제일모직, LG패션 등 '패션명가'에 비해 아직 입지가 좁지만 해외에서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중저가 중심의 의류를 생산, 판매해온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은 고가 브랜드 위주의 백화점 문턱 앞에서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1994년 중국 상해에 법인을 설립하며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랜드는 의류 브랜드 '이랜드', '스코필드', '티니위니' 등을 잇따라 런칭, 고급 의류 반열에 올려놓았다. 중국에서 이랜드의 옷값은 현지 근로자의 한 달 월급에 맞먹을 정도다. 현재 중국 전역에 3000여개 매장에서 총 18개 자사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올해는 중국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6월 중국 누적 매출이 4500억원으로 경기불황에도 전년대비 5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해외에서 패션사업으로 연간 1조원 매출은 이랜드가 최초로 내년에는 국내 패션 매출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뚜레주르는 베트남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다. 뚜레주르는 국내 베이커리 업계서 2위지만 한류가 강한 베트남에서는 최고급 베이커리 전문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2007년 6월 1호점을 낸 후 매년 지난해부터 올해는 2개씩 더 출점해 모두 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베이커리 전문점이 활성화되지 않은 베트남에서 고급스런 이미지와 맛, 깔끔한 매장 분위기로 어필하는데 성공했다.

뚜레주르 관계자는 "뚜레주르는 기본적으로 해외 진출시 현지인들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제품을 개발해 선보인다는 전략인데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피자 빵이나 소시지 빵으로 입맛을 사로잡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뚜레주르 외에 베트남에서 성공을 거둔 외식업체로 롯데리아를 꼽을 수 있다. 롯데리아는 베트남에서 세계적 패스트푸드인 맥도날드와 버거킹을 누르고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할 정도다. 구매 고객층 자체가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과 비슷한 것도 강점이다. 호치민이나 하노이 같은 대도시에서는 단순히 햄버거 전문점이 아니라 고급 외식을 즐기는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국내서 인기 있는 새우버거나 불고기버거는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치킨을 좋아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식성에 맞게 치킨 메뉴를 다양하게 개발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98년 호치민에 첫 진출한 이해 매년 15개 점포씩 공격적으로 오픈했고 매출도 매년 10%이상씩 성장해 지난해 점포당 월 평균 매출이 2500만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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