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02일(19:19)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칠면조 한 마리가 있었다. 알에서 부화되자마자 먹이도 잘 먹고 병치레도 없이 나날이 성장해 갔다. 주인은 무럭무럭 자라는 칠면조를 보며 만족해한다. 칠면조도 난 계속 이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주인이 가져다 주는 먹이를 먹으며 마냥 성장할 것으로 여기며 만족해한다. 그런데, 추수감사절이 다가오자 칠면조는 커다란 접시에 요리로 올려진다. 칠면조의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벤처캐피털 얘기를 해야 되는데, 갑자기 칠면조 얘기가 나와서 어리둥절할 지도 모르겠다. 최근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탈(VC)들이 칠면조 같은 투자처에 투자만 하고 있지 않나 걱정이 되어 칠면조 얘기를 먼저 꺼낸 것이다.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보이고 적절한 이익을 내는 기업에만 투자하면 무럭무럭 자라는 칠면조처럼 주인도 안심이 되고 칠면조도 만족해 할 순 있다.
그러나, ‘추수감사절’과 같은 외부의 충격 한방이면 그 기업은 칠면조 요리 신세를 면키 어렵다. 이런 기업들은 벤처캐피털의 역사를 통해서도 수도 없이 봐왔다. MP3의 등장으로 CD로 대변되는 전통 음반산업이 붕괴됐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오프라인 미디어 기업들이 위기를 맞았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과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역사의 뒷편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곤 했다.
VC 커브는 칠면조 커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띤다. VC 커브는 칠면조 커브를 정반대로 뒤집어 놓은 모습이다. 처음 투자를 하고 나서도 기업은 돈을 네 다섯 차례 더 필요하며, 경영 컨설팅, 마케팅 지원 등 세심한 관심과 도움을 필요로한다.
그렇지만 매출이 없고 성장도 더디고 VC들의 확신은 점점 약해지고, 인내심은 극에 달하게 된다. 그러다 인터넷의 등장과 같은 외부 충격에 칠면조처럼 요리로 테이블 위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반대로 스타로 떠오른 기업이 ‘야후’, ‘구글’ ‘트위터’ 등이다.
이런 기업들은 흔히 정규분포곡선에서 양 끝단에 해당하는 아웃라이어로, 정규분포의 중앙에 해당하는 기업을 투자해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충격을 줄만한 스타기업이 탄생하기 어렵다. VC들은 다른 투자자금과 달리 정규분포의 양 끝단(Outlier)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업을 키울 수 있고, 더불어 투자수익도 극대화 할 수 있다.
현재 실리콘밸리는 '실시간 웹(Real Time Web)'에 푹 빠져있다.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인 ‘트위터’와 소셜 네트워킹의 절대지존 ‘페이스북’과 이 기업들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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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검색은 죽은 정보 검색이고, 트위터의 검색은 실시간 살아있는 검색이다”라고 말했던 어느 현지 VC 파트너의 얘기는 소름을 돋게 할 만큼 섬뜩했다. 또 하나의 대박을 예감한 순간이었다.
일주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둘러본 실리콘밸리지만, 그래도 ‘칠면조 커브’라는 ‘화두’을 가슴 속 깊이 새기고 돌아올 수 있어 뜻 깊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탈들이 안정적인 비즈니스에만 투자할 것이 아니라 아웃라이어를 찾으려고 조금만 더 노력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