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죽일 수 있다면 살릴 수 있다

[기고]죽일 수 있다면 살릴 수 있다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
2009.09.07 07:41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쌍용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낮다. 5%도 안 된다.

그런 쌍용차가 다른 걸 팔아 연일 전국 인지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장장 77일 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9시 뉴스의 메인을 장식하는 등 자동차시장 점유율의 100배 이상 존재감을 드러냈다.

쌍용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라 불리는 디젤승용차 부분에서 오랜 기간 대중의 인기를 누려왔다. 렉스턴 광고는 대한민국 1%의 자존심을 내걸기도 했다. 이 회사의 '체어맨' 역시 고급승용차시장의 전통적 강자다.

그런 쌍용차가 언제부턴가 비실비실대더니 결국 부도위기에 몰려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거기까지만 해도 쌍용차는 최근과 같은 폭발적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쌍용차의 존재감은 파국적인 노사관계에 이르러 극적으로 작렬했다. 쌍용차는 차 만드는 일을 접고 전쟁과 같은 노사관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스스로 죽기를 원하니 달리 방도가 없다'고까지 했다. 국내외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순식간에 현대차를 추월, 쌍용차에 쏠렸다.

쌍용차 노사관계는 쌍용차와 우리 차산업을 뛰어넘어 한국의 국가신인도까지 깎아 내리며 맹위를 떨쳤다. 전쟁이 꼭 총칼을 들어야만 전쟁이 아니다. 전쟁처럼 싸우면 전쟁이다. 쌍용차의 전쟁적 노사관계는 회생의 가능성을 더욱 더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쌍용차 노사관계가 쌍용차를 죽이고 있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쌍용차를 파산해 본 때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 대중은 자동차회사에서 전쟁을 생산하는 데 반감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든 전쟁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항일 독립전쟁은 아이들 동화나 교과서에서도 잘 한 일이라고 가르친다. 국가 또한 주기적으로 범죄와의 전쟁, 폭력과의 전쟁을 벌인다.

물론 20년 이상 반복되고 있는 전쟁적 노사분쟁은 국민적 짜증의 대상이다. 분쟁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 아예 진절머리를 내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노사분쟁이 국민 다수로부터 호응과 이해를 잃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민이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87년 근처의 노사분쟁은 상당수준의 사회적 정당성을 얻으며 진행됐다. 사람들은 이해했고 사회가 정상으로 가는 과정으로 봤다. 근로조건은 개선됐고 노동자들의 단결과 행동은 법적 보호를 받게 됐다.

지금은 다르다. 전쟁적 노사관계는 국민에게 주로 비치는 행위당사자 노동운동이든, 잘 보이지 않으나 엄연히 그 짝을 이루고 있는 경영자든, 회사를 어렵게 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쌍용차는 극적으로 그 고지를 점령했다. 노사가 열심히 전쟁을 생산해 망할 기업 톱순위에 올랐다. 그 쌍용차가 지금 급브레이크를 밟고 유턴을 시도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선택을 놓고 정부와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며 맹비난하고 있으나 이는 참으로 걱정스런 시각이 아닐 수 없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기들의 대중, 자기들의 주인 아니던

가. 쌍용차 노동자들의 선택을 놓고 정부와 사용자에 의한 사주 지배 개입으로 보는 시각이야말로 자기 모순적이며 매우 모욕적인 인간관이다.

왜 개입의 의지가 없겠나. 경영진의 노사관계 정상화 의지는 지금까지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노동운동 지도부가 회생의 방법으로 선택한 길이 지금 어떤 길이 돼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자동차 회사에서 노사가 그 회사를 죽일 수 있다면 반대로 살릴 수 있다. 부디 그러길 바란다. 좋은 노사관계로 쌍용차가 곧 바로 살아나겠냐만, 그래도 유턴의 출발점에는 설 수 있다. 지금 한국의 거리엔 10대 중 8,9대가 현대기아차인데 이는 여러모로 좋은 일이 아니다.

쌍용차 노와 사가 유턴에 성공해 국민 감동의 노선에 들어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쌍용차 노사가 합심해 자기 자신들 안에 있는 성공 유전자를 맘껏 발휘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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