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설탕값 떨어져도 과자값 오르는 이유

[기고]설탕값 떨어져도 과자값 오르는 이유

신영섭 제당협회 전무
2009.09.14 08:52

설탕산업 보호 못하면 설탕값 급등..저급설탕에 식품위생도 위협

최근 설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설탕 완제품에 붙는 관세가 지나치게 높다며 인하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설탕 수입품에 붙는 관세를 내려 국내 설탕값을 내리면 물가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논란의 단초다.

설탕은 정치적 상품이다. 각국 사정에 따라 보조금, 관세, 최저가격제, 수입허가제 등이 뒤범벅돼있다. 이런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불공정한 덤핑가격이 판을 치는 국제 무역시장에서 자국 내 설탕산업을 보호해 설탕 생산 기반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려는데 있다. 국제시장에서 통용되는 설탕 가격이 덤핑시세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U 주도의 덤핑 관행은 국제무역기구(WTO)에서도 제재를 가해 시정요구를 했을 정도다. 전 세계 각 국가들은 덤핑으로 자국 산업이 피해볼 것을 우려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나라 별로 일본은 314%, EU는 260%, 미국은 125%(이하 최근 10년간 설탕 평균가격 기준)에 달한다. 말레이시아는 아예 설탕을 수입할 수 있는 권한을 제당업체에게만 줘 사실상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보호장치가 없을 경우 덤핑가격의 설탕이 무분별하게 들어와 자국 내 설탕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당업계에서는 현재 40%(할당관세 적용 35%)인 관세가 30%이하로 떨어지면 덤핑 물량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돼 산업기반이 흔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자국 내 설탕 사용량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게 되면 기초생필품인 설탕의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가격 급등락이 심한 국제시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 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인 예다. 베네수엘라는 좌파 정권인 우고 차베스 대통령 정권 주도하에 2003년부터 설탕 가격을 국제 덤핑 가격 수준에 맞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했다. 이로 인해 공급기반이 흔들리고 매점매석과 암시장 등 유통질서의 혼란이 일어 오히려 설탕값이 가격통제 전보다 4배 이상 치솟았다. 차베스 정부는 최근 다시 제당산업을 정상화 시켜보려 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국내 제당업체들의 수출가격이 내수 판매가격보다 낮은 것을 두고 국민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국내 공급가격은 1kg당 790원이고 수출 가격은 670원이었다. 가격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먼저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설탕 산업의 특성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설탕산업은 전형적인 장치산업으로 많은 양의 원당을 들여와 가동률을 극대화해야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국내 수요에만 생산량을 맞추면 그만큼 원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지금의 국내 설탕 값은 외국 수출물량까지 포함해 많은 양을 생산함으로써 원가절감이 이뤄진 결과다. 게다가 수출 할 때는 국내 판매 시 소요되는 영업망관리비용 등 판매관리비가 들지 않아 비용이 상당부분 절감된다.

국내 설탕 값은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지난해 6월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설탕 가격은 조사대상 12개국 중 11위였다. 프랑스의 절반 이하이고 중국보다 가격이 낮다.

관세 인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근본 원인은 설탕 값을 내리면 서민 물가 안정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그러나 값 싼 설탕이 들어온다고 해서 이것이 그대로 물가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억측이다.

지난 10년간 설탕 가격은 12% 가량 떨어졌지만 과자나 사탕류는 50%이상 올랐고 음료와 빵의 가격도 각각 27%, 24% 올랐다. 반면 설탕은 지난 10년간 10번 인하하고 6번 인상을 반복해 결과적으로 오히려 값이 싸졌다. 가공식품의 가격은 인하된 전례가 없다. 관세를 인하해 한시적으로 값 싼 외국설탕이 들어올 수는 있지만, 가공식품 업체의 이익률만 높여주는 결과를 낳을 뿐 소비자가 혜택을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설탕 관세인하의 파장으로 국내 제당업이 붕괴됐을 경우 국내 설탕 값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설탕을 전적으로 수입하는 싱가포르와 홍콩의 설탕 값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또 국제시장에서 유통되는 설탕의 절반 이상은 국내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이산화황을 사용한 저급 설탕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무분별한 저가 설탕을 유입하는 것은 식품위생을 위협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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