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도동에 사는 이인동(51) 씨는 '백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4년 전부터 쉬고 있다.
이 씨는 2007년 6월부터 12월까지 약 6개월 간 '직업적 개미투자자'였다. 그는 "경기가 좋아도 개미투자자는 결국 실패하게 돼 있다"며 1억2000만 원을 주식으로 날린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2007년 6월 주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지금보다 경기가 더 좋았어요.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넘었고 주식을 안 하면 모자란 사람 취급당할 정도로 너도나도 주식에 손을 댔던 때였죠. 부동산 시장도 호황이라 위기에 대한 불안감조차 없었어요."

이 씨는 2007년 6월,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돈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전 재산 2000만 원에 처제가 적금 든 돈 2000만 원을 빌려 4000만 원을 들고 동네 증권사를 방문해 계좌를 만들었다.
이 때부터 이 씨는 '사무실'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인근 사무실에서 이 씨처럼 주식을 업 삼아 하는 3명과 함께 책상에 컴퓨터를 두고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이 씨의 일과는 직장인과 다름없었다.
이 씨는 오전 8시 30분까지 사무실에 출근해 장이 시작되는 9시부터 주식을 사고팔았다. 오후 3시에 장이 마감하면 장외거래를 했다. 오후 5시 이후 미국 증시, 국내 주식시장 분석과 다음날 투자 계획까지 세우면 그제야 퇴근길에 올랐다. 저녁 식사 후에도 방에서 컴퓨터로 주식 관련 대화방에 들르거나 기업 재무상황, 경영진 등에 대해 공부할 정도였다.
"초창기에는 열흘 만에 700만 원을 벌기도 했죠. 대형주에 주로 투자했다 주가가 꾸준히 오른 덕에 여느 대기업 직장인보다도 많은 돈을 벌었어요. 이 정도면 평생직업으로 삼아도 되겠다 싶었죠. 주식을 늦게 알았다는 게 후회스러웠을 정도였으니까."
이 씨는 투자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처가에서 집 아래층을 전세주고 받은 보증금 1억 원과 친인척 여윳돈 등 1억2000만 원을 빌려 1억6000만 원이 넘는 돈을 본격적으로 주식에 굴리기 시작했다.
이 씨는 본격적으로 흐름을 타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특징주를 단타로 사고팔기 시작했다. 비교적 안전한 대형주에 장기간 투자한 초기와는 달리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팔고 오르면 사들이는 조급증이 생긴 시점이다.
"주식에 한창 열을 올릴 2007년 11월경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는 거예요. 손절매를 잘해야 손실을 줄인다고들 했지만 전 그대로 밀고 나갔죠. 바닥이 안 보이게 추락하는 증시 탓에 결국 4500만 원 손실을 입었고 겁이 나 한 주도 남김없이 주식을 팔았습니다. 그런데 뜬 눈으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오자마자 1억 원으로 코스닥을 또 산거예요. 날마다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단타에 매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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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개미투자자가 주식시장의 흐름을 탄다며 단타매매를 시작하면 백발백중 큰 손실을 입는다고 주장했다. 하루 종일 주식에 매달려도 몇 백만 원씩 잃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이 씨다.
이 씨는 1억2000만 원을 잃고 나서야 주식에서 손을 털었다. 계기는 2007년 겨울 대선주에 투자했다 친인척으로부터 빌린 돈을 모두 잃은 것. 이 씨는 대선 후보 관련주를 2개월 간 하루에도 몇 차례 사고팔았다. 이슈에 따라 하루에도 상·하한가를 넘나드는 대선주는 결국 이 씨의 원금을 앗아갔다.
"정신이 번쩍 들었죠. 어느 날 아침 세수를 하다 거울을 봤는데 싸움이라도 한 듯 눈매는 날카롭고 피부도 거칠어져 초췌한 거예요. 새벽이 넘도록 잠도 못자고 미국 나스닥을 확인하는 생활이 반복됐으니까요. 그 때 알았습니다. 개미투자자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주식 전문가들의 도박판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친인척 돈을 모두 갚고 깨끗이 손을 털었습니다."
요즘 경기회복과 함께 오름세에 있는 주식시장을 보면 어떤 기분이냐고 물었다. 이 씨는 여전히 사무실에서 주식을 하는 지인들을 보면 다시 뛰어들까 싶었던 적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주가가 다시 오르는 걸 보니 본전 생각도 나고 돈 벌고 싶은 마음도 들지 왜 아니겠어요. 아직도 주식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편이니까요. 하지만 더 이상 주식투자는 안 하기로 약속했으니 지켜야죠. 오름세에 있다고 주식에 휘말려 직업적으로 매달리는 건 지금도 아니다 싶어요. 빚내서 주식하는 개미투자자도 말리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