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美서 북핵 일괄타결, 그랜드 바겐 제안
제64차 유엔총회와 기후변화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일괄타결, 즉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제안했다.
6자 회담을 통해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고, 동시에 북한에게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국제지원을 본격화하자는 게 그랜드 바겐의 핵심 내용이다.
얼핏 보면 종전 까지 북핵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던 '패키지 딜'과 큰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북한이 팩을 포기하면 식량, 비료 등 인도적 지원 외에 미국과의 관계개선 등 체제안정을 일괄 타결하자는 게 '패키지 딜'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패키지 딜이 주로 '주는 쪽'에 방점이 찍혀있다면 그랜드 바겐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상호 주고 받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의 북핵 협상을 보면 단계별로 협상을 하면서 이행 직전에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타협과 파행, 진전과 지연을 반복해 온 허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북한 핵의 동결과 불능화, 폐기의 3단계 협상도 북한이 일견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하다가도 막판에 원점으로 회귀함으로써 별다른 성과 없이 시간만 소모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
실제로 지난 94년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에서 약속한 북핵 동결은 결국 깨졌고 막대한 경수로건설 비용과 중유를 소진하는 결과만 낳았다. 지난 2005년 9.19 합의에서 6자국들이 합의한 북한의 비핵화 원칙도 북한의 2차례 핵실험으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청와대는 따라서 이제는 관련국 간 협의를 통해 북한의 불가역적 핵 폐기를 확실히 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그 직후 바로 이행에 들어가 북핵 폐기와 대북지원을 동시에 가져가는 이른바 '원샷 딜(one shot deal)'을 추진하자는 게 '그랜드 바겐'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는 문제와 관련, 다양한 방법이 제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구성장치나 부속을 없앤다던지 핵연료 제조공장에서 미사용 연료를 해외로 반출한다던지, 플루토늄을 만들지 못하게 부품을 빼던지 등 시설에 따라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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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제안은 단계별 처방과 보상이 되풀이 되는 북핵 협상 관행에 대한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북핵 문제를 북한 문제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는 근본적이며 포괄적인 일괄타결을 의미하며, 북핵 문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근원적 처방이라고 보시면 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최근 북한이 적극적으로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어 그랜드 바겐 제안의 실현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핵문제 해결을 위해 양자 회담뿐 아니라 다자 회담에도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지난 18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발언과 관련, 핵 협상에 급진전이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그랜드 바겐이 종전까지의 제안과 마찬가지로 북핵 폐기와 6자회담을 통한 해결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