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 "체크" "체크"... 그런데 난 "레이스"
이 기사는 09월30일(17:31)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다섯 명이 모여 포커게임을 하고 있었다. 패가 돌자 모두 베팅을 한다. 액면을 보니 다들 비슷비슷 해서 첫 번째 선수가 건 액수만큼 다 "콜"을 한다. 그 다음 패가 도는데, 이번에도 전반적으로 패가 영 좋지 않다. 다시 "콜" "콜"을 연발한다.
어느덧 히든카드를 받을 차례가 왔다. 앞의 네 선수가 "체크"를 연속적으로 외친다. 마지막 내 차례. 난 카드패가 제법 모양이 나왔다. "레이스"를 외치며 큰 돈을 던졌다. 다른 네명이 나를 쳐다보며 "우리 함께 '체크' 하고 마지막 히든카드 받아보자"고 압력을 넣는다.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생각엔 마지막 히든카드는 돈 내고 봐야 할 것 같은데, 돈도 안내고 같이 보자고 한다. 이해가 안된다. 돈이 말라가는 건 자기들 사정이지 내 사정은 아닌데. 히든카드 보려면 돈 내고 따라 오던가 아님 죽던가 해야 하는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이상한 몽니부리기다.
이런 일들이 벤처캐피탈 판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어느 벤처캐피탈이 한 벤처기업에 초기 단계부터 투자했다. 회사가 성장하자 다시 다른 벤처캐피탈들을 초대해 후속투자를 했다. 그러면서 어느새 투자한 벤처캐피탈 수는 다섯 개가 된다. 회사도 기술개발이 완료되어 시제품도 제대로 나왔다. 이제 바로 양산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다섯 번째로 들어온 벤처캐피탈만 자금 여력이 있다. 그래서 양산자금을 다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히든카드을 받으려고 하는데, 앞서 투자한 넷은 투자도 안 하면서 히든카드를 볼 수 있는 옵션을 달라고 우긴다. 어이없는 현상이다.
다섯 번째 투자자는 지금까지 투자한 돈의 거의 두 배 가까운 거금을 투자하면서 리스크를 진 뒤 양산 성공으로 인한 수혜를 누리려고 하는데, 다른 투자자들은 돈도 안 내놓으면서 양산이 성공해서 대박이 날 때 자기들에게 동일한 밸류로 투자할 수 있는 옵션을 달라고 한다. 포커게임에서 "체크"를 외치는 프리라이더 행태 그대로다.
포커게임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반 룰이 존재한다. 첫 카드 세 장을 받았을 때의 안목과 선구안이 좋아야 하며 카드 네 장을 더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따라갈 수 있는 체력(자금)이 있어야 한다. 자기가 돈을 더 벌기 위해 가끔은 경쟁자를 죽이며 돈 벌 확률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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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초기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에 대응을 해보면, 펀드는 첫 투자보다 후속투자에 돈이 더 들어가는 것을 인지해 반드시 차기 라운드에 투자할 수 있는 유보금을 마련해 둬야 한다. 그래야 매번 라운드에 참가해서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해외의 경우 초기투자금액의 2배를 후속투자유보금(Follow-on Reserve)으로 의무 보유하도록 하는 곳도 있다. 그래야 초기펀드의 수익을 지킬 수 있으며, 초기펀드가 투자한 후 성공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골라서 다른 펀드로 투자해 초기펀드의 수익이 타 펀드로 이전되는 모럴해저드를 방지할 수 있다.
충분한 유보금이 없다면 초기펀드는 라운드가 두 번째, 세 번째 돌 때 후기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탈이나 PE 등에 투자 포트폴리오를 되팔아서 후속투자 불참에 따른 지분율 희석방지와 조기 회수를 통한 수익률 제고 노력을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초기펀드의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유보금을 설정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펀드 규모를 키우든가, 아니면 IPO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유통시장을 목표로 적극적인 회수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그러면 초기기업에 집중하는 펀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