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코드 피해는 '118' 떠올리세요"

"악성코드 피해는 '118' 떠올리세요"

대담=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겸 문화기획부장 정리=성연광 기자
2009.11.03 12:05

[머투초대석]김희정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친숙한 기관되려 노력"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김희정 원장은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원장으로 취임한 지 3개월이 어떻게 흘렀는지 까마득할 정도다.

그가 이끌고 있는 KISA는 정부 산하기관 개편에 따라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단 3개 기관이 통합돼 지난 7월 새로 출범했다. 취임 후 업무파악도 되기 전에 7·7 디도스(DDoS) 사고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받아야 했다. 조직통합에 따른 재정비작업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저런 현안까지 겹치다보니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최근 사무실 이전을 막 끝내고 집무실 정리를 하는 김 원장을 만나봤다.

첫 아이를 출산한 지 한달도 안돼 취임한 김 원장은 앞으로 일이 더 바빠질 것같다고 했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3개 조직을 하나의 조직문화로 융화하는 일부터 KISA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일까지 모두 그를 바쁘게 만든다. 김 원장은 "KISA는 새로운 기관으로 탈바꿈할 것이다"라면서 "불났을 때 '119'를 떠올리는 것처럼 사이버해킹이나 악성코드 피해를 입으면 '118'이 바로 생각날 수 있도록 국민에게 친숙한 서비스기관이 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송희진 기자 songhj@
ⓒ송희진 기자 songhj@

-KISA 원장에 취임하신 지 3개월이 지났는데, 안팎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것같습니다.

▶지난 3개월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어요. 내부적으로 인터넷 진흥, 인터넷 역기능, 방송·통신 국제협력 부문에 이르는 세부업무를 파악했습니다. 오자마자 국감도 준비해야 했죠. 대외적으로는 고객들을 만나고 KISA를 알리는 데도 주력했습니다.

―3개 기관을 하나의 조직문화로 융화하는 것이 관건일 텐데.

▶물론입니다.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고 직원간 융합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유기적인 하나의 조직'을 만들어야겠죠. 이를 위해 3개 기관의 직원으로 구성된 융합전담팀(TFT)을 꾸려 3개월째 운용 중입니다. 직원 개개인이 유기적 통합을 위해 실천하고자 하는 크고 작은 실천과제 하나씩 제안해서 자발적으로 실천하도록 했습니다. 사업과제들도 팀장급 워크숍을 통해 함께 도출해내고, 서로 다른 부서에 먼저 제안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공공기관들의 조직문화가 너무 수동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가끔 직원들이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자문회의에 참석하면 주로 위촉교수들의 얘기만 듣다가 회의가 끝나고 난 뒤에야 "사실은 그게 아닌데요"라는 말을 하더군요. 공공기관 종사자다보니 주관부처 공무원과 외부 자문단 눈치를 많이 보게 되죠. 하지만 KISA 직원들은 어느 공공기관보다 전문가들로 이뤄진 집단입니다. '건설적인 논의를 위해 직급 여하를 막론하고 그 자리에서 해달라'고 꾸준히 주문했더니 이제 회의문화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의견개진이 좀더 자발적으로 바뀌고, 업무도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입니다.

ⓒ송희진 기자 songhj@
ⓒ송희진 기자 songhj@

-국회의원으로서 국정감사를 하다 감사를 받는 입장으로 바뀌셨는데, 소감은.

▶국감이 국가정책의 시비비비를 가려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시정하는 평가의 자리라는 생각은 그때와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국감이 지적받고 질책만 받는 자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외부에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KISA업무 속성상 정부부처나 입법부 협조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사업이 적지 않죠. 직원들에게도 소속 국회의원이나 정부기관을 찾아가 좋은 의견을 먼저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7·7 DDoS 사태 후 정보보호문제가 KISA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역할이 있다면.

▶KISA의 내년 예산 중 민간 DDoS 대응예산이 크게 확대됐습니다. 인터넷침해대응센터와 민간 사이버보안 관제기능에 집중 투입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사이버 공격을 막고 예방을 위해선 정부, 기업, 개인 등 사회주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업과 국민 홍보에도 대대적인 정보보호 예방활동을 벌여나갈 예정입니다. 특히 국민들이 불나면 '119'가 생각나듯 사이버 침해대응 신고전화 '118'을 알려나가겠습니다.

―KISA 출범과 더불어 기대되는 기능 중 하나가 인터넷 진흥입니다.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사업이 있으시다면.

▶인터넷 윤리운동을 적극 벌여나갈 계획입니다. 초고속인터넷에선 세계 최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이용문화는 그렇지 않은 것같습니다. 진정한 부자와 졸부를 구분하는 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죠. 마찬가지로 인터넷에서 기술고도화 이상으로 중요한 게 문화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윤리운동을 통해 인터넷 이용자들의 윤리의식을 높이고 깨끗하고 건전한 인터넷문화를 조성해 나가겠습니다.

ⓒ송희진 기자 songhj@
ⓒ송희진 기자 songhj@

―지난해 정부의 인터넷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순수규제'와 '규제를 통한 진흥'은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손발을 완전히 묶어두는 것이 진짜 규제라면 일부를 묶음으로써 전반적으로 좋아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가령 현재 준비 중인 '좀비PC 방지법'(가칭)이 대표적입니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이용자 PC는 치료를 끝낸 후 네트워크에 연결함으로써 나머지 전체 이용자가 좀더 안전하게 인터넷을 쓸 수 있습니다.

신임 원장으로서 과제 중 하나가 KISA를 국민과 통할 수 있는 '현장 중심형' 조직으로 재정비하는 일입니다. 국민들은 우리가 누구를 지원하느냐를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국민을 위해 어떤 인터넷서비스와 정보보호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하죠. 앞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 수행을 최우선으로, 보다 더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최연소 여성 정부 산하기관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IT 전문성과 업무추진력에 우려도 제기합니다만.

▶원장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아닌 최고경영자(CEO)입니다. 기술지식은 부족하지만 대한민국 IT의 발전상을 눈으로 보고 피부로 체험한 국민의 한 사람입니다. 국민들이 KISA로부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용자 시각에서 냉정히 바라보겠습니다. 외부 전문가풀도 적극 활용하겠습니다.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경청할 예정입니다.

―여성 임직원의 복지에도 신경을 많이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엄마가 되고보니 영아 보육시설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했죠. KISA 전체 직원 500여명 중 31%가 여직원입니다. 앞으로 KISA 직원들이 육아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신청사 3층에 보육시설을 짓고 있습니다. 공간이 허락한다면 인근 주민들로 확대할 예정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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