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다움 잃지 않는 것이 진정한 성공"

"여성다움 잃지 않는 것이 진정한 성공"

유은정 기자
2009.11.04 11:16

[머니위크]창간2주년/'2'의 행복- 정상의 '2'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편집자주] "女子라서 행복해요."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 주민등록번호의 반도 '2'로 시작하는 여성의 것이다. 그들이 행복해야 세상이 행복하다. 부드러운 그들은 강함을 이긴다. 그러니 세상도 그들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2의 행복을 위하여~'다. 가 창간2주년을 맞아 여성을 위한 기업, 제품, 서비스 등 '2'를 행복하게 해주는 세상을 돌아봤다.

자본금 16억원, 매출 49억원의 작은 비누회사에 불과했던 애경유지공업을 매출 1조2000여억원의 21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순위 50위권으로 성장시킨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지난 1970년 애경유지 창업주였던 남편 채몽인 사장이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타계하자 36세의 젊은 나이에 기업경영에 뛰어든 지 40여년 만에 중견그룹으로 키워낸 것이다.

‘경영의 천애고아’에서 ‘경영의 어머니’로 거듭나며 여성 CEO들이 가장 닮고 싶은 롤모델로 성장한 장영신 회장이 애경그룹을 이끌어 온 원동력은 무엇인지, 국내 여성 1호 CEO가 펼친 가족적인 기업문화는 어떤지 그 속내가 궁금해졌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CEO로 꼽히는 장영신 회장으로부터 존경받는 여자 상사가 되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 회사 첫 출근 당시 각오가 남달랐을 텐데요, 어떤 각오셨나요?

▶내가 처음 회사에 나왔을 때는 어쨌거나 남편이 만든 회사를 살리기 위해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각오였습니다. 일을 하다 보니 이런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내가 실패하면 여성이라서 실패한다는 식으로 보일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전체 여성 경영인이 실패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다. 이 일은 나 한사람만을 위한 게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런 사명감을 되새겼지요.

- 경영 난관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어떤 일이 꽉 막혀 풀리지 않는다면 다른 쉬운 일부터 하는 것도 일하는 요령입니다.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한 힘을 내려면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고 안 되는 일에만 집착하면 귀중한 시간만 보내게 됩니다. 이 처럼 빠른 방향전환과 포기할 줄 아는 결단은 여성들에게 부족한 점이지요.

- 국내 여성 1호 CEO라는 부담감도 컸을 텐데요.

▶여자이기 때문에 중견간부, 고위간부, 경영자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공평하고 단호하고 또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아무도 상사가 여자라는 것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진출해서 성공한 업종은 일부에 제한돼 있습니다. 이런 직종의 공통점은 대부분이 조직보다는 개인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지요.

그러나 저는 혼자 하는 일에 진출해 성공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성공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남자와 같이 부대끼며 경쟁해 승진하고 또 남자 부하직원을 잘 다루는 여자 상사가 돼야 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골고루 일하고 평등한 보직을 맡고 중요한 위치까지 오를 수 있는 전문 직장여성이 많아져야 합니다.

- 여성 임원이 갖춰야 할 요건이 따로 있을까요? 조직원이 대부분인 남성인데 이들과 잘 융화하기 위한 비결이 있다면?

▶한때 여성 임원을 키워볼 생각으로 외국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인재를 영입해 중간 간부 직급에 앉힌 적 있습니다. 그는 자신 고유의 업무인 마케팅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냈지요. 하지만 다른 부서와 협조가 어려웠고 부하 직원을 거느리는데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를 여성 임원으로 키우겠다는 저의 계획은 실패했지요.

저는 이런 문제가 여성 모두에게서 나타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개인의 능력 문제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직원의 대부분인 남성들은 진실이야 어떻든 그렇게 봐주지 않습니다.

조직에서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건 상대적으로 쉽지요. 자신이 그 일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성실하게 지시를 받아 수행하면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랫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은 더 어렵고 이 과정을 잘 해내지 않으면 조직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아랫사람을 모욕하고 비난하고 깎아 내리면 결국 자신의 성공을 막습니다. 아랫사람의 실력을 인정하고 일을 믿고 맡기고, 과정과 노력, 성과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여성 간부가 이 과정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지요.

아랫사람에게 주장을 할 때에는 조용히 그리고 위엄 있게 해야 합니다. 화를 자주 내거나 신경질적인 지시를 내리면 부하들은 '여자의 히스테리'라고 생각할 뿐 무서워하지 않고 존경심을 잃습니다. 자신을 절제하지 못하고 화를 냄으로써 스스로에게 결정적인 해를 미치게 되는 것이죠.

- 여성 CEO라는 이유로 느꼈던 어려움이 있었다면?

▶여성은 자기 업무분야에서 동문이나 지인이 없이 자기 혼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성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을 성공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의논할 상대가 매우 부족하지요. 저 역시 이런 면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때문에 여성이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꿋꿋하고 건강하고 부지런해야 합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이 개척자정신을 가지고 일해야만 후대의 여성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고 더 잘 해나갈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여성 CEO를 꿈꾸는 직장 여성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성이 직장에서 승진 하거나 높은 자리에 오르면서 점점 남성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남성들은 가부장적 태도로 조직을 통솔합니다. 친하고 가까울수록 부하 직원에게 반말이나 거친 행동도 합니다. 하지만 여성은 그렇게 따라할 수 없지요. 관리자가 되거나 힘을 가진 사람이 됐다고 해서 내면의 자신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일에서 진정으로 성공하는 여성은 가장 여성다움을 잃지 않은 사람입니다.

  장영신 회장은 누구

장영신 회장은 여성이라는 사회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해온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여성경영인이다.

미국 체스넛힐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한 장 회장은 1972년 경영에 나섰다. 이후 애경유지를 모체로 생활ㆍ항공부문, 화학부문, 유통ㆍ부동산부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건실한 중견그룹을 일궜다.

장 회장은 경영일선에 있는 동안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 조간신문을 정독하는 것을 하루도 빼놓지 않았다. 매일 아침 그날의 주요업무를 듣고 기업경영에 반영하는 여성특유의 섬세한 경영방식을 고수했다.

경영에서는 ‘솔직’과 ‘상식’, ‘정직’에 입각한 정도경영을 지켰다. 애경그룹은 타사에 비해 장기근속자가 많고, 노사분쟁이 없는 회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재계에서는 장 회장이 오로지 한 우물파기에 주력해 화학공업 중심의 업종 전문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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